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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입학사정관제 성공조건
[딸깍발이] 입학사정관제 성공조건
  • 오상진 편집기획위원 / 전남대·생명과학기술학부
  • 승인 2009.09.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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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입학사정관제가 올해 대학입시에서는 50여개의 대학에서 1만 명 이상의 신입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성적 합산에 의한 총점제 선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수험생의 잠재력을 평가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입시를 선진화시키는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있어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대학은 선발절차에 필요한 재정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험성적위주의 선발을 선호해 왔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때 시험성적은 그 능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사람의 능력에 있어서 협동성과 같은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현대와 같은 무한하게 변화해 가며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사회에서는 협력을 통해 목표를 함께 이루어가는 능력이야말로 꼭 필요한 덕목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창의력, 봉사정신, 리더십, 역경극복, 소질과 재능, 대학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잠재력 등 다양한 특성을 학생선발에 반영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반영하는가 하는데 있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신뢰성의 확보라 생각한다. 대학의 학생선발에 대한 엄격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신뢰성의 확보는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입학사정관은 학교에서 채용한 ‘전문입학사정관’이 3배수 정도로 선발되는 1단계 선발 수험생을 다 평가할 수 없어현직교수, 명예교수, 은퇴교사 및 사회인사 등으로 구성된 ‘위촉입학사정관’과 함께 평가를 하게 된다. 입학사정관들은 수험생들이 제출하게 돼있는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추천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 내용에 대한 진위여부를 심층면접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성적보다는 학생들의 잠재력과 장점을 살린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이 전형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특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하더라도 학업성적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대학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한 수험생이 학과의 전공교수를 꼭 한명씩 입학사정관으로 위촉해 관심분야에 대한 열정과 학과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성 및 대학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의 평가기준들은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삶의 연륜이 쌓인 입학사정관들의 세심한 관찰력과 분별력을 필요로 하며 세부항목들을 각각 점수화시키기 보다는 종합적인 관점의 평가방법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이 각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대학은 엄격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전형절차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학생선발은 학교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지금이 시작이며 그 성과가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면 대학입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며 대학 학생선발의 다양화와 전문화를 이루어 나가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교육시장에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일이 없도록 당국의 철저한 준비를 당부하고 싶다.

오상진 편집기획위원 / 전남대·생명과학기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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