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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생 독서현실
[대학정론] 대학생 독서현실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09.09.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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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을 두고 천고마비니 등화가친이니 하는 별칭은 이 시대에는 유물이 돼가고 있다. 그 의미가 무색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이 대학도서관에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그들 앞에 놓인 책들은 토익, 임용고시, 공채시험을 위한 참고서, 공무원시험대비 수험서들뿐이다. 간혹 다른 책을 보는 학생들의 손에 들린 책들은 판타지 소설이거나 만화책들이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책들과 씨름하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어느 특정 대학의 도서관에서의 장면이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다. 대학 주위에 세 들어 문을 열었던 많은 서점들이 하나 둘 사라진 지도 오래 됐다. 교재판매를 위한 구내 서점만 깜짝 개점 후, 철시를 해야 할 형편이다.

대학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읽은 책의 종류와 양을 조사해보면, 해마다 갈수록 독서율은 떨어져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독서율 하향의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이나 연구자들의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해명되고 있다.

인터넷 세대, 영상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책과 친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지 못하다는 점과 아직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입시중심의 중등교육환경이 자연스런 독서습관을 체득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도 다양한 이유와 문제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독서의 습관화는 하루 아침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기에 글을 읽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사회진출하기 전까지의 학창시절의 독서교육은 한 인간의 독서습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기이다. 그러면 대학 이전의 학교교육에서 독서교육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대학에서조차 독서교육을 포기할 것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각 분야의 전문지식과 함께 이 세상의 많은 정보들을 단순히 암기하고 있는 학생이 아니라, 종합하고 해석해낼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획력을 가진 예비지도자들의 상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재 대학생들의 학습형태는 오직 취업을 위한 공부에 열중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전문학원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교양수업을 통해 독서를 유도해보지만, 이도 독서의 일상화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학기에 교재 몇 권을 가지고 씨름하다가 끝나는 대학교육으로는 폭넓은 독서를 유도하기가 근본적으로 힘들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교육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몇 개 대학이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프로그램으로는 대학생들의 저조한 독서율울 근본적으로는 바꾸어가기는 힘들다. 대학이 학생들의 독서현실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독서프로그램을 학점제도와 연계해서 의무적으로 읽게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 일이 힘들고 귀찮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대학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어떻게 보면 대학교육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독서능력이 중요한 선발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 기업의 창조적인 경쟁력의 원천은 끊임없는 독서로 축적된 창의적인 기획력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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