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0:40 (월)
[딸깍발이] 지구온난화 대책의 진실
[딸깍발이] 지구온난화 대책의 진실
  • 김해동 편집기획위원 / 계명대·환경학부
  • 승인 2009.09.21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동 편집기획위원 / 계명대·환경학부

교토의정서에서 설정한 온실기체 의무감축 대상 국가들의 총배출량은 지구 전체의 약 30%이고, 이들이 2012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감축량은 1990년 대비 5.2%이다.

이는 지구 전체로는 1990년 대비 약 1.5%에 지나지 않는다. IPCC의 1차 보고서(1990)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1990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온실기체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0%를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지구온난화의 진행속도가 늦추어질 뿐이다. 따라서 교토의정서는 단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온실기체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해 보는 시범사업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끝나는 2012년 이후의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전 세계가 대규모의 배출량 감축을 해내야 한다. 이를 위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15)가 금년 12월에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개최된다. 이 회의에서 포스트 교토체제를 완성시키고자 전 세계가 교섭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2008년 말에 유럽 정상들이 90년 대비 20~30% 감축에 합의했고, 일본도 2020년까지 90년 대비 25% 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호주는 2005년 대비 10~15%를 감축하자는 정부의 제안조차 의회가 부결시켰다.

    오늘날 온실기체 감축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의 목표량도 IPCC 1차 보고서의 요구 수준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더욱이, 의무감축국이 아닌 중국, 인도 등의 온실기체 배출 증가를 감안해 보면 인류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좀체 가질 않는다. 또, 온실기체 감축 달성을 위한 유럽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까지 고려한다면 사정은 더욱 암담하다.

 

기후변화협약 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선진 국가들은 바이오연료의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2010년까지 바이오연료의 비중을 5.75%, 2020년까지는 10%로 올릴 계획이다. 그런데 유럽 바이오연료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팜유이다.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면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든 것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그 대가는 엄청난 비극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열대림의 약 10%인 9천100만ha를 가지고 있다. 그 중 2천만ha가 피트 랜드(peat land)라고 한다. 피트 랜드는 울창한 밀림 한가운데 죽은 나무들과 풀들이 가득히 쌓인 곳이다. 물이 고여 있는 이 피트 랜드에 쌓인 나무와 풀들은 서서히 지중에 쌓여가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유럽에 바이오연료를 제공하는 기름야자는 이런 피트 랜드에서 물을 빼낸 곳에서 자라고 있다. 피트 랜드의 물이 빠지면 수 백 년 이상에 걸쳐서 쌓였던 유기물이 대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빠르게 부패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렇게 훼손된 습지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방출되는 것만 해도 한 해 약 18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18억 톤은 독일(약 10억 톤)과 영국(약 6억5천만 톤)의 연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양이다.

유럽연합은 지구온난화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구 전체에서 온실기체 배출을 줄여야만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눈감은 모순된 행동을 통해서 이룩한 허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기름 야자수 재배지로 바뀐 피트 랜드 면적은 약 150만ha인데 앞으로 300만ha까지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획이다. 이런 이유로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서 세계 3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선진 국가들이 지금과 같은 행위를 계속한다면 동남아시아의 피트 랜드 훼손에 따른 추가적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환경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갈지도 모른다.

김해동 편집기획위원 / 계명대·환경학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