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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중국통’에서 ‘중국전문가’로
[學而思] ‘중국통’에서 ‘중국전문가’로
  • 한인희 대진대·중국학과
  • 승인 2009.09.2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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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학생들을 인솔해 하얼빈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하루는 중국식 디스코텍인 ‘우팅(舞廳)’에 갔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길 기다렸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도 우리가 원하는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가족학예회’ 같이 테이블 번호 순서대로 노래를 계속했다. 기다리다 못해 진행자에게 부탁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신나는 음악을 틀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순서를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지친 학생들과 그곳을 나와 버렸다. 어둠 속에서 한 남학생 “중국은 왜 이래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의 대답은 “중국이니까 그래!”였다. 우리 일행은 아무 말 없이 컴컴한 기숙사로 돌아왔다. 도대체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디까지일까. ‘중국통’과 ‘중국전문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중국학(sinology)과 중국연구(chinese study)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지역학 연구에 3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현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것, 둘째, 해당 지역에 거주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 셋째, 해당 지역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춘 학자가 엄밀한 사회과학적인 분석의 틀을 가지고 설득해서 공감대를 얻어내야만 학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중국이라는 거대한 실체를 이해하게 할 것인가. 가르치는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라고 목청을 돋운다. 그리고 매일 언론 매체를 보면서 중국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한다. 독서도 강조한다. 졸업하기 전까지 중국 관련 서적 150권을 읽는 ‘쿵푸(功夫)’로 단련하고 ‘하산’하면 어떠한 ‘적’들도 이겨낼 수 있다고 부추긴다. 독서회를 운영하고, 새롭게 출판된 중국 관련 서적 정보를 알려준다. 그러면서 언어, 특히 HSK시험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학생들은 중국 관련학과에 입학하면 곧 중국전문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목표는 대학입학이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착각한다.

왜 그럴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한국의 대학들이 이 학과에 들어오면 반드시 ‘중국전문가’가 된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관련이 없을까. 이러한 표현은 학생들에게 어쭙잖은 만족감을 주게 된다. 입학 뒤 학생들에게 왜 중국학과에 입학했는가하고 물으면 대부분 ‘중국전문가’가 되려고 왔단다. 입학이 곧 전문가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정말로 졸업하면 ‘전문가’가 되는가. ‘전문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체로 140학점 중 중국 관련 전공과목은 몇 과목인가. 그나마 부전공, 복수전공 등으로 분산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전문가의 길을 가게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중국학을 가르치는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의문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과 대화중에 ‘당신 정말 중국통이야!’라는 소리를 들으면 좋아한다. ‘중국통’은 중국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잡학’에 능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통’의 한계는 분명하다. 상하이 골목의 어느 음식이 맛있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국통’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결국 많은 ‘중국통’들도 중국인들보다는 중국에 대해서 더 많이 알지 못한다는 점이 비애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중국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주어야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쏟아지는 많은 자료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쓰레기 같은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중국을 정확하게 바라다 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지고 인도해준다면 중국을 이해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학으로서 중국을 이해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 나아가 중국연구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중국전문가’가 돼야 한다. 우리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외국인 학자들이나 중국인학자들과도 동일선상에서 문제를 논의하고 해석하며 방법을 찾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려면 분명한 사회과학적 ‘분석의 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통’들이 ‘중국전문가’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지구촌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터다. 우리의 주변국인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0월 1일은 중국 건국 60주년이다. 이제 공공연히 G2라고 부른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도 강대국이었던 중국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생존을 모색해왔었다. 중국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각 분야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할 때다. 진정한 ‘중국전문가’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인희 대진대·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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