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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타고 난 사람 되기’
[學而思] ‘타고 난 사람 되기’
  • 이민주 창원대·화학과
  • 승인 2009.09.14 14: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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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로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것을 보고는 그들을 만류해 오며 하는 말이 있다. “현재 인기 있고, 유행하는 쪽을 따라가지 마라! 그곳은 너희가 사회에 나가 활동하게 될 20~30년 후에는 한물 간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인생이 실패하게 되기 쉽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주력산업과 당대 최고 인기 학과의 변천사를 가지고 그 이유를 설명하곤 한다. “지금 우리나라 최고 인기 기업은 삼성전자이고, 최고 인기 산업은 IT이다. 과연 20~30년 후에도 그럴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공계 출신으로 현재 삼성전자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며 임원이 된 사람들의 대학시절 전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들 중 대학시절 전공이 IT인 사람이 몇 %나 될까. 답은 0%이다. 왜? 그들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IT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러면 이제 연대별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과 최고 인기 전공 분야의 변천을 한 번 살펴보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산업다운 산업, 공장다운 공장이 들어선 것은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 되고, 현대적인 공장인 ‘충주비료’가 세워진 1960년대이다. 따라서 1960년대에는 ‘화공과’가 최고의 인기를 누려 전국의 수재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대학입학으로부터 사회진출까지는 최소 7년에서 보통 8~9년이 소요되니, 당시에 화공과를 입학한 학생이 졸업해 취업을 하려할 때는 1970년대가 돼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이미 화공의 시대는 가고, 섬유공학이 인기 몰이를 하며 전국의 수재들을 끌어 모으는 시대가 돼 있었다. 그러면 1970년대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던 섬유산업은 지금 어떤가. 1970년대에 섬유공학과로 몰려갔던 한국의 수재들은 지금 어떻게 돼 있을까. 그것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다.”

   “다시 삼성전자와 IT 산업으로 돌아가자. IT에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그 중 핵심은 반도체이다.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분야는 지금은 세라믹공학 등으로 불리고 있으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요업공학이란 이름을 지니고 가장 인기 없는 학과 중의 하나였다. 당시에 누가 대학을 졸업하면 ‘어디 시골에 가서 옹기나 구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요업과 학생들이 세계 속에 우뚝 선 IT 산업의 총아가 되리라고 꿈이라도 꾸었겠느냐!”

   “그렇지만 향후 20년, 30년 후에 어떤 분야가 주력이 될지 어떻게 압니까?” “그렇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유행하는 것을 선택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지금 정점에 있는 것들의 앞에 놓여 있는 길은 내리막길이라는 것이고, 둘째로 지금 인기가 높다는 것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그 분야를 하겠다고 몰려들고 있는 것이므로 격심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웬만큼 잘해 가지고는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힘들다. 그 분야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면 십 중 팔구는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어떤 것을 택해야 합니까?” “인생을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매우 쉽다. 금방 말했다시피 ‘타고 난 사람’이 되면 된다. 지금까지 한 시대를 구가했던 어떠한 산업도 축소된 것은 있으나 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사라지지 않는 곳에는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 그냥 인기를 좇아 온 사람들은 그 분야의 산업이 축소되고, 관련 기업이 문을 닫으면 같이 도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서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 분야 일에 타고 난 사람이다.”

   “타고 난 사람은 하늘이 낸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유행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재미가 있으니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니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니 사람들이 그를 ‘타고 난 사람’이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니 평생에 자기 분야에서 퇴출될 염려가 없다. 그를 ‘퇴출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다. 나는 직업과 전공 선택의 최고 비법은 ‘타고 난 사람이 되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이 두려워 눈앞에 있는 ‘타고 난 사람’이 되는 길을 버리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남 따라 하기’를 하려 하느냐!”를 외친다. 
    나는 나의 제자 모두가 ‘타고 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이민주 창원대·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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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2009-09-17 15:18:52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취업과 전공문제로 마침 학생들고 토론하던 중에 이 기사를 보고 복사하여 함께 읽었습니다. 미래와 직업에 대한 환상과 두려움때문에 뻔히 보이는 실패의 길로 다수를 몰아가는 미디어와 사회여론의 무지를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폭 넓게 학생들이 읽도록 사이버사에서 유통되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