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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改閣, 이공계는 없었다
[대학정론] 改閣, 이공계는 없었다
  • 오재응 논설위원 /한양대·기계공학부
  • 승인 2009.09.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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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응 논설위원 /한양대·기계공학부
‘경제를 살리겠다’며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한 MB정부가 집권2기의 청와대·내각 인사를 단행한 모습에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시원하기보단 착잡한 감정을 느낀다. 왜냐하면 인사 인물 중에 과학기술인 출신을 굳이 따진다면 단 한 명, 그것도 과학기술 전문부처가 아닌 행정안전부 장관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려운 세계경제,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과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해 과학기술 수출을 통해 국력을 유지해가고 있으며 어려울 땐 과학기술인들이 발 벗고 나서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우리 과학기술의 위상이 어떠한가를 알고 현재 기술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정책을 수립·추진할 인재가 필요하다.

짧은 과학기술의 역사 속에서도 현재와 같은 눈부신 발전을 가져온 사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인 면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높아졌듯이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수준도 상당히 높아져 있다. 이와 같은 수요자의 수준에 맞추고 국제경쟁에 뛰어들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과정과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인문사회계를 졸업해 과학기술 정책을 기획·추진하는 부서에서 수 십 년간 근무한 경력을 가진 분도 과학기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통성과 과학기술의 근본, 즉 핵심기술과 원천기술 또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신성장동력이니 녹색산업이니 하는 말장난 식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행정을 알고 전문성을 갖춘 과학기술인의 직접 참여와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방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눈부시게 성장한 과학기술을 보다 세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 문제점들만 보완한다면 우리의 기술도 분명히 선진화되리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기술에 대한 국민의식의 전환 즉, 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총체적인 기술을 통한 자립이 아니라 핵심기술 혹은 전략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전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중점기술의 육성, 우리 국민의 가장 탁월한 특성이 발휘되는 부분에 역점을 둬야 한다. 결국 신기술 개발과 아울러, 이미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에 대한 ‘역 엔지니어링’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기업의 경영진 및 과학기술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관련 제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내 대학이나 국립연구소를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들은 외국과의 기술 제휴나 연수 등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국내 기술개발 주체들 간의 협력체계는 등한시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대학이나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는 가만히 앉아서 연구결과만을 기다리는 식이다. 산·학·연 협동연구란 흔히 의사와 환자로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환자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때 아무 말도 않은 채 ‘의사가 알아서 내 병을 치료해 주겠지’ 하는 식이 돼서는 효과적이고 신속한 치료를 해나가기 어렵다. 기술의 연구개발은 병을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협조하고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과 학교 및 연구소와의 긴말한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비로소 어려운 경제생활을 극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직시하는 데 있어서 금번 개각 및 청와대 인사는 지역 및 학연을 고려했다지만 진정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함이 없이 단행된 점과 기본적인 인선의 원칙이 화합과 통합 그리고 변화와 개혁,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한 인사에 그친 점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오재응 논설위원 /한양대·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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