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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구조화, ‘혐한류’ 낳을 수 있다
성과주의 구조화, ‘혐한류’ 낳을 수 있다
  • 교수신문
  • 승인 2009.09.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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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세계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구촌 사이의 거리가 자꾸 좁아지고 있다. 개항 이전까지 동북아의 일부로만 존재해왔던 한반도는 그 후에도 냉전의 틀 속에서, 특정한 나라와의 관계만 중요시해왔고 그 틀 속에 갇혀 지냈다. 지난 십 수 년 사이에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한국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졌고,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인들을 볼 수 있으며 한국 안에서도 다른 나라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질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다시 한국과 한국인들이 스스로에게 한국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한국에 대한 공부 즉 한국학의 성격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 한국학이란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한국인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관심을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의 필요나 호기심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인의 필요에 의해 한국학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한국을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필요성과 목적은 다양하지만, 최근 논의를 간추리면 국가 브랜드 제고,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 확보, 삶의 질 제고 등으로 압축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한국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며, 왜 그런 것을 알고자 하는지도 알아야한다. 이런 접근은 과거 국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됐던 학문과 차이가 있다. 현재 요구되는 한국학은 세계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이는 한국만의 특별한 것과 인류사회의 일부라는 보편적인 측면, 언뜻 서로 모순되는 측면을 동시에 지향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국학은 한국과 한국인을 매개로 하면서 동시에 분과학문, 즉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 그리고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과 같은 사회과학의 일부가 돼야 한다. 지역학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분과학문의 주요한 대상으로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재적 문제의식을 중심에 놓고 서구 학문과의 소통과 한문으로 기록된 과거와의 소통 같은 삼각관계를 긴장감 있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성취같은 기본적인 노력에다 소통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학 진흥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한국학 수행기관, 한국학 지원기관, 사회적인 지지가 동시에 요구된다. 또한 한국에 대한 관심없이 한국학 발전은 불가능한 까닭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학의 국내외적인 저변 확대는 필수다.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에 비해 한국학이 너무 뒤져있다는 불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며 한국학의 세계화라는 과제 또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학을 지원하는 기관이든 한국학을 수행하는 기관이든 불가피하게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학 지원 기관이나 수행 기관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경험으로 확인하고, 다양한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학 진흥 과정에서 중복투자, 성과주의와 같은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반복되고 구조화되는 것은 혐한류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학 진흥은 한국과 한국 사람들의 자기 이해와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상호 이해를 통해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김동택 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

서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한류와 한국학 - 해외 한국학 현황과 지원방향」 등이 있다. 한국학 진흥과 관련한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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