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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력 회복이 관건 … 교수부터 늘리고 ‘잡무’ 줄여야
교육력 회복이 관건 … 교수부터 늘리고 ‘잡무’ 줄여야
  • 목영해 신라대·교육학
  • 승인 2009.09.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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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경쟁력이 낮다고 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국제대학평가 순위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대학평가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 <더 타임즈>의 2008년 평가결과를 보면 서울대가 50위로 2007년 51위에 비해 한 단계 올랐고, 카이스트가 95위에 올라 ‘100대 대학’에 두 대학이 포함됐다. 그리고 포스텍이 188위, 연세대가 203위, 고려대가 236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적은 일본(도쿄대 19위, 교토대 25위, 오사카대 44위)과 홍콩(홍콩대 26위, 홍콩과기대 39위, 홍콩중국대 42위)이 50권내에 각각 3개의 대학이나 포함돼 있고, 국립싱가포르대가 26위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성적은 좋다고 할 수 없다.

<더 타임즈> 2008년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이 평점을 가장 낮게 받은 영역은 국제화 영역이다. 서울대가 국제화 교수영역과 학생영역을 각각 23점과 27점, 카이스트가 각각 48점과 36점, 포스텍이 각각 52점과 19점을 받았다. 그런데 국제화 영역 점수는 영어가 공용어인 싱가포르대나 홍콩대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반면 일본이나 중국의 대학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대학은 이 영역의 평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 교수 및 학생이 많다는 것과 대학교육의 질은 무관하므로 국제화에서 낮은 평점을 받았다하여 교육경쟁력이 낮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학교육의 본질인 연구와 교육 중 연구분야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평점은 나쁘지 않다. 해당 대학교수가 쓴 연구논문을 타 대학교수들이 얼마나 인용하는가에 대한 평점에서 서울대는 54점 밖에 받지 못했지만, 포스텍은 99점을 받았고, 카이스트도 도쿄대보다도 높은 79점을 받았다.

대학경쟁력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고용주들의 평점 부분이다. 졸업생을 고용하고 있거나 고용해 본 경영주들에 의해 이루어진 평점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좋은 평점을 받지 못했다. 서울대 65점, 카이스트 53점, 포스텍 34점이었다. 그런데 이 영역의 평점은 대학교육의 결과로서 졸업생 자질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보자면, 이 영역의 점수가 낮다는 것은 대학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학 교육의 본질이자 대학의 존립의의인 ‘가르치는’ 일을 소홀이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 대학평가 평점표에 의거해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력이 낮은 이유로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들이 가르치는 일보다 연구하는 일에 더욱 치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포스텍의 경우 논문영역 평점에서는 99점을 받았지만 경영주의 평가에서는 34점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대학이 교육력에서 낮은 경쟁력을 갖게 되는 이유는 교수들이 연구에 치중해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교수의 수가 적은 것에 기인한바 더 크다. 2007년 우리나라 4년제 대학 교수 1인당 학생수는 30.7명(의학계열 제외 시 35.9명)이다. OECD 31개 회원국의 한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 15.8명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교수 수는 정상적인 대학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적은 것이다.

우리나라 교수들의 교육학적 훈련 및 지식의 부족 또한 대학의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다. 미국을 비롯해 대학교육의 교육력이 높은 국가에서는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은 가르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 및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직에 대한 그 어떤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고도 교수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잡무 또한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최근 많이 늘어난 교수들의 교내 사무업무 예컨대 각종 이름의 대학 평가, 교육비 지원 사업에 대한 대학 차원 신청서 작성, 신입생 유치를 위한 대학홍보, 취업지원활동 등은 교수들의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여기에 더 해 주로 수도권 대학 교수들이 많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활동 형태의 정부정책의 이론 제공자 역할, 지방대에 재직하지만 집이 서울에 있는 교수들의 수 증가 또한 우리나라 대학 교육력 약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이 다국적 기업 경영주들로부터 낮게 평가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이다. 설명컨대 초 · 중등학교의 입시위주 교육에 질려 버린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려 하지 않는다. 이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학습량은 외국 대학생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그 부족한 학습시간 마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토익등 영어공부에 할애해 버린다. 기업이 요구하는 전공 관련 정보 및 지식 그리고 기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우리나라 대학졸업생에 대한 낮은 평가로 이어지는 근원적인 메커니즘은 미국 명문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 학생 문제에서도 추론할 수 있다. 미국의 명문대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의 중도탈락률은 44%로서, 같은 기간 미국 학생의 평균 중퇴율(34%)을 10% 정도 웃돌고, 유대인(12.5%) · 인도인(21.5%) · 중국인(25%)의 중퇴율보다도 훨씬 높다. 한국에서는 5지 선택형 문제의 정답을 실수 없이 가려내는 훈련을 잘 받아 탁월하게 우수했던 학생이었지만, 많은 독서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써 표현하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시 말해 창의적 사고력이 요구되는 미국의 대학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은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국적 기업이 요구하는 여러 능력들 예컨대 창의적 사고력, 조직적 기획능력, 창의적 상상력, 협동적 활동능력 등을 키울 기회를 초 · 중등학교에서는 물론이고, 대학에서 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학졸업생들이 다국적 기업업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2009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국제화 강화를 목적으로 국제화 지표를 추가하고, 해외대학의 적극적 유치정책을 추진하는 등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국제화 부분에서 찾고 있다. 이에 응해 각 대학들도 영어강의의 비율을 늘이는 등 대학의 국제화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부실한 영어강의의 확대는 우리나라 대학의 최대 약점인 교육력 부족을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 확보는 대학의 교육력 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력 회복의 시작은 교수의 수 늘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 교수 1인당 학생수가 OECD 국가의 평균치에 이를 정도로 교수수를 늘여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정부는 0.6% 밖에 되지 않는 고등교육 정부부담율을 OECD 국가의 평균인 1.1%로 늘리고, 각 대학들은 과시용 건물 짓기를 중단하는 등 방만한 대학경영을 내실화하며, 2008년 현재 총 5조 4천억에 이르는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을 사용하면 OECD 평균치 교수확보는 불가능하지 않다.   

교수들이 수업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조성도 교육력 확보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연구에 대한 과중한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교수들의 재임용, 승진, 보수 책정에서 연구실적 비중을 낮추고, 대신 수업부분의 비중을 높여야 하며, 교수들의 각종 사무 업무를 줄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교수들에게 교직에 관련한 교육을 받게 하는 일이다. 교수직도 엄연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교직에 관한 그 어떤 소양교육을 받지 않고도 교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최소한의 교직소양교육이라도 받게 해야 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업방법에 대한 연수를 받게 해야 한다.

 

목영해 신라대·교육학

현재 교육철학회장을 맡고 있다. 신라대 사범대학장과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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