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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消防學 정립의 조건들
[學而思] 消防學 정립의 조건들
  • 김유식 한국국제대·소방방재학과
  • 승인 2009.07.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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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련 학과는 1985년부터 개설되기 시작해 2009년 현재까지 전국에 약 70여개 대학에 개설돼 있다. 각 대학들은 소방에 관련한 특성화로 소방공학과, 소방방재과, 소방안전공학과, 소방안전관리과, 소방행정과 등으로 여러 학과명으로 존재하고 있다.  금번 소방방재청에서 내놓은 소방학 교과목 표준안이라는 것은 여러 면에서 모순을 안고 있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교과목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따른다. 교육과정을 유형화 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는 교육내용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떻게 조직하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소방방재청의 연구결과는 어떤 기준으로 도출된 것인지, 단순히 전국 대학의 교육과정을 개인적 판단에 따라 구분해 나누는 것은 어떠한 기준을 적용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방학의 학문적 정립이 단순히 하나의 연구 용역 결과만으로 완성이 되리라 생각하는 누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문적 정립에는 사회적 요구와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소방 교과목의 분석, 분류, 정의 등 일련의 과정에 가장 중요한 관련 학과 교수가 중심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진 담당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교수협의회에서 만든 안이 있는데, 새로이 구성하는 안과 어떤 문제점과 차이가 있는지 관계자는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각 대학은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목표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소방방재청에서 제안한 교과목(안)을 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30개과목 중 70%이상 즉 21개 과목을 수용하라고 하는데 이는 현재의 대학교육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다. 미국의 경우 용역결과에도 나왔듯이 최소 10과목에서 14과목을 전공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의 경향은 과다한 교과목 수를 줄여서 대학의 특성화에 맞게 중점분야로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성화교육, 주문식교육, 전공트랙, 전공코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개설돼 있어도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아서 폐강이 되는 교과목도 상당수 있다. 단지 교과목록에 수록돼 있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적으로 진행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제안한 표준 교과목(안)에서는 단순히 교과목을 나열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며 어떠한 기준에서 그 교과목이 필요한지, 어떠한 내용을 포함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학점이 필요한지를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화재시 뮬레이션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럼 화재시뮬레이션을 수강하기 위해 선수강해야 하는 과목은 화재역학, 유체역학, 열전달, 수치해석, CAD 등 간단히 생각해도 최소 5과목 이상 수강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다. 단순히 코드 수치만 입력해 답이 나온들 이를 해석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국대학의 교과목(안)을 제시했는데 교수들의 시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교과목 설명과 그 구분이 소방공통, 일반관리, 재난관리, 공학기술로 됐는데 기준이 모호하다. 현재의 안은 단순히 각 대학의 교육과정을 연구자가 개인적 판단에 의해 단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시한 안에서 공통 교과목의 경우 어느 대학에서도 채택하고 있지 않으며 한두 곳의 대학만 채택하고 있는 교과목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공통 교과목(안)을 학생들이 배우면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 교과의 교육과정은 그 교과의 구조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원리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해당 학문분야의 폭넓은 기본구조와 관련되지 않은 특수한 사실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잊히고 그 피해는 깊게 남는다.

     소방방재청에서 산업체에 필요한 조건은 수용하지 않은채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에 관여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대학의 모든 학과는 졸업생의 진로지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방분야는 대다수 졸업생이 안전관리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고 있어 그에 맞는교육과정을 매년 연구해 개편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공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하면서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방방재청에서 제시한 교과목으로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타 학문분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안이라 생각한다.

김유식 한국국제대·소방방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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