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7:15 (일)
[발행인의 편지] 詩를 짓는 마음으로
[발행인의 편지] 詩를 짓는 마음으로
  • 교수신문
  • 승인 2009.07.14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을 낮추고 속도를 낮출 때/ 비로소 보이는, 비로소 들리는 풍경이 있다.// 대개의 生生한 삶은/ 낮고 느리고, 어둡고 쓸쓸한 그곳에 있다.”(박제영)라는 詩句가 기억납니다. 이 싯구에서 詩를 짓는 마음과 자세를 읽어낸다면 지나친 비약은 아니겠지요.

   계절은 어느덧 무더운 폭염과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는 한 여름에 들어섰습니다. 이 계절에 이르기까지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라일락은 죽은 땅에서 힘겹게 기지개를 펴느라 얼마나 긴 忍苦의 시간을 보냈을 지 생각해보면, 가슴 한편이 문득 시리게 아려 옵니다. 봄을 시샘하는 겨울 끝자락의 찬바람에 마음을 애태우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연구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캠퍼스의 풍경 변화에서 선생님들께서도 이런 가슴앓이를 느끼셨겠지요.

    17년 전 <교수신문>을 시작할 때,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 향상’이라는 세 가지 기치를 저희들은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기치는 지금도 깃발이 돼 펄럭이고 있습니다. 대학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경쟁력 담론은, 경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와 교수들의 신분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전대미문의 물리적 지형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學人을 우울하게 합니다. 대학의 조화로운 발전과 학문 공동체의 안정은 우리 대학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한 지혜의 모색이 더욱 절실하고, 더 많은 대화와 소통, 이해와 변화 노력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 절박하고 중차대한 시기, 대학과 학문공동체를 위해 <교수신문>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임을 알기에, 어쩌면 몸과 정신이 먼저 이렇게 스스로를 닥달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면을 통해 몇 차례 ‘교수신문 구독 캠페인’을 벌인 것도 행여 조급함 때문은 아닌지 두렵기만 합니다. 그 어떤 권력이나 금력에도 의존하지 않고, 오직 매체 스스로의 힘으로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이것은 ‘처음’ <교수신문>을 만들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연구와 강의로 바쁘셔서 구독료 입금 지로용지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계셨다면, 꼭 챙겨주십사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주위 은사님이나, 동료, 후학들에게 구독을 권유해 주신다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거듭 말씀 드렸습니다.

지금 저희에게는 깊은 데서 솟구치는 맑고 신선한 샘을 길어낼 수 있는 ‘마중물’ 한 바가지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구독료가 바로 그런 마중물이고, 지성의 탐색을 함께 떠나는 동행의 격려입니다.
   와중에 저희는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함께 오는 9월 경북 경산에서 작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봄, 여름을 이어 결실의 시기로 접어드는 계절 문턱에서 42.195킬로미터의 완주에 선생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오랜 연구실 공간에서 벗어나 맑고 싱그러운 대지의 공기를 호흡하면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풍경’을 통해 젊은 맥박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또 하나의 새로운 사유를 위한 출발점이 되지 않을런지요.

                                                                 2009년 7월 13일
                                            교수신문 발행인 이영수 올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