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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못 키운다’ 탓하기 전에 ‘너나 잘하세요!’
‘인재 못 키운다’ 탓하기 전에 ‘너나 잘하세요!’
  • 성기완 경희대·영미어학부
  • 승인 2009.07.06 11: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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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왜 대학 교육을 공격하는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난 1990년대 초반 시작된 이른바 세계화시대를 기점으로 대학은 별로 노력도 안하고 매우 비효율적이며 뒤떨어지는 지식이나 가르치고 변화에 늦은 개혁의 대상으로 비난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인이나 대중에게 대학은 그저 무능한 교수만이 있고 학생들의 흥미와 사회의 요구에 맞지 않는 교육을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요즈음 특히 일부 유명 기업인이 대학을 개혁의 무풍지대로 묘사하고 이런 비난에 대해 주요 미디어는 즉시 보도를 해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보도에 대해 심지어 교육을 이끌어가는 일부 정책가, 행정가, 심지어는 교수들도 일리가 있다고 동의를 하고 대학에 거침없는 비판을 하곤 한다.

   우선 경제가 좋을 때는 우리교육이 우수해서 그렇다는 식의 주장과 보도를 하던 이들이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런 저런 통계 들이대며 교육의 비효율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그러나 그들이 인용하는 자료는 같은 기관에서 나와도 부정적인 것만 조명한다. 하지만, OECD 국제학업 성취도 평가나 국제 과학 및 수학 경시대회에서 보듯이 우리 학생들이 그렇게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공부밖에 하는 것이 없고, 교육제도의 체계성이나 효과면에서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보고나 의견도 많다.

경제위기, 부실한 대학교육 탓이라고?
   우리 학생들이 실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대학의 비효율성보다는 전체 교육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교육에 대한 많은 정치성, 경제논리, 그리고 언론의 왜곡이 너무 심한 것 때문은 아닐까. 언제는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이렇게 발전한 한 것이 우수한 교육과 인재때문이라고 하더니 좀 뭐가 안 되면 학교 탓에 사람타령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불과 10여 년 전에 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투자로 인해 엄청난 국가 부채를 지고 국민이 수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런 주장이 여전한 것을 보면 정말 변화를 하지 않는 분들이 누구인지 의아하다. 작금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비우량주택담보 대출로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한 우리의 어려움이 과연 대학교육이 잘못돼서 인가.

   일부 기업인과 미디어가 요즘 대학에서 쓸 만한 인재를 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오늘날의 학생들이 20~30년 전에 열악하고 전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구세대보다 정말 못한가. 혹시 이런 전략도 자격이 좋고 실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특정 대학 또는 지역 출신만을 위한 고용 논리나 자신들의 실패나 무능을 전가하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지난 10여 년간 그렇게 시장을 부르짖던 분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우리 대학이 그리고 교육이 잘못돼 시장경제가 좌초됐는가. 아직 이런 논리가 버젓이 살아서 우리교육과 대학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 시장경제, 사기업적 논리의 망령이 여전히 우리의 삶속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업적 논리를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보도나 그 양태를 보면 정말 가관이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공교육이 형편없어 사교육이 만연하고 있다는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공교육은 다수의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인권 및 윤리의 문제이고,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지만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사적 경영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둘을 항상 비교해 공교육을 비난한다. 그것도 일부 특정지역의 사교육기관이나 그들만을 위한 제도가 마치 최고인양 말이다.

   이런 분들은 교육이라는 공적영역에 너무 많은 사기업이 침투해 있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식의 경제활동을 통한 정치를 한다. 그 결과 오늘날의 대학에는 특정 시험점수 획득만 조장하는 시험산업, 특정 기업에 취업을 위한 선행수업 및 자격증 따기 위주의 인증 산업, 그리고 식당 및 자판기 등 요식산업, 심지어는 사기업이 지어 운영하는 주택산업, 행사나 축제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핸드폰 광고 산업 및 연예산업 등이 우리 젊은이들의 삶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일부 기업가와 미디어가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나빠서 도피성 해외유학이 많다는데 이것도 전적으로 사실인가. 해외유학을 가려면 부모나 집에 일정한 재정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 유학을 선호하는 사람은 특정 계층이며, 이런 현상에 불안해하며 경쟁에서 뒤떨어질까봐 교육열이 높은 일부 부모들이 동화되는 현상인데도 거의 모든 언론이 우리 공교육의 질을 들먹인다. 아니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서 해외 유학 가는 것이 많은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가 더 발전하면 유학도 해외여행도 안할 것이란 논리인가. 현실적으로 좋은 학업 또는 영어성적을 가지고 있다고 일자리가 없는 국내보다는 나가서 세계적 기업에 취직이라도 하도록 격려하고 그런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더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기존 교육을 부정하고 기업이 대학을 공격하고 심지어 운영하려는 것은 교육이 이제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논리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방송이나 신문 매체 역시 역시 각종 시험, 특강, 경시대회, 심지어는 해외 유학 프로그램까지 선전하며 교육의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모두 잘못 된 것은 아니다. 특히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하고 국민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면에서 좋은 것이다. 하지만 공적 기관이 뚜렷한 교육적 목표나 주관 없이 이런 논리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이런 대학에 대한 기업의 공격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교육 상품화, 누가 부화뇌동하나
   나는 교사가 될 학생에게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은 여러분 아들과 딸을 자신에게 맡기고 공부하게 하겠는가?” 이 질문은 인간을 기르는 교육자의 사명의 중대함과 꾸준한 발전과 노력을 하는 교사가 없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기업인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직원을 채용할 때 그와 그 가족을 위해 평생직장을 보장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양심적으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공교육이나 대학교육이 어떠니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좋은 기업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바란다.

   기업이 100마일로 변화해 나가는데 대학은 2~3마일도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너무 과속하다 또 사고치지 말고 남에게 더 이상 피해나 주지 말기 바란다. 제발 그 뛰어난 고견과 실력으로 좋은 기업 만들어서 우리 젊은이나 먹여 살려주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전념하는 것이 제 자식 탓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혹시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서 이미 졌고, 앞으로 경쟁해 봐야 질 거니까 대학운영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앞세우지 말기 바란다. 기업인이나 미디어 종사자들이 대학에 대해서 그만 신경 끄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고 보면 나도 되지도 않는 공부나 하면서 세상물정에 어두운 딸깍발이인가 보다.

성기완 경희대·영미어학부

한국영어교육학회 총무이사. 한국멀티미디어영어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저서로 『노팅힐』『비판적 영어교육과 의사소통능력』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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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나.. 2009-08-20 18:07:50
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많은 인재가 필요한데..기업에서 원하는 글러벌 인재 및 그에 걸 맞는 경쟁력있는 우수한 인재는 양성했나?를 생각해보셨는지요??

하도 한심해서 2009-07-08 21:31:16
당신은 학생한테 하는 질문 왜 자기 자신한테는 안하나? 대학이 못가르친다고 비난을 하면 반성을 할 것이지 '너나잘하라'는 게 교수 직함 걸고 할말인가? 대학은 사회적 책임이 있기에 사회 주체들이 그것에 관하여 지적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지적 한다는 것 자체를 가지고 모라그러면 어떻게 하나? 박사학위를 도대체 뭘로 따고 왔길래 논리적 답변도 못하고 '피장파장의 오류'로 자기 생각을 똥싸듯 흘리고 다니나? 당신은 세상물정에 어두운게 아니라 학문의 기본적인 자세에 어두운 양반이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