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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대학정론]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09.07.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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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국연구재단이 출범했다. 기존의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해 한국 최대의 연구지원 전문기관으로 문패를 달았다.

예산규모가 올해 정부 R&D 예산의 21,1%인 2조 6,081억원이며, 2012년까지는 약 4조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예산규모는 연구자들에겐 적잖은 규모이기에 이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성과 그 성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문 영역상 서로 나뉘어져 있던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영역이 함께 통폐합되면서, 학문 영역별 예산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논란도 배제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은 연구재단이 출범하면서 내건 새로운 운영의 방향성이다. 재단 운영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이 전반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연구의 본질과 관련된 사항은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을 통한 창조적 신지식창출 촉진, 둘째 최고의 전문가(PM)에 의한 최고수준의 연구지원서비스 제공, 셋째 평가 및 연구관리제도 개선을 통한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 넷째, 분야별로 특화된 연구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셋째, 넷째 사항은 이미 통폐합되기 전에도 계속 추구돼 왔던 사항이란 점에서 새로운 항목은 아니다. 그러므로 연구재단이 출범하면서 내건 새로운 방향성은 첫째와 둘째에서 찾아진다. 이 지면에서는 첫 번째 문제만 간략히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학문연구가 통합과 통섭이란 새로운 기류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연구재단이 내세우고 있는 첫 번째 방향성인 학제간의 융합을 통한 창조적 신지식창출이란 방향성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학문연구의 방향성을 제대로 추동하고,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과제 선정 과정에서 늘 문제가 되고 있는 객관적인 평가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일 학문 영역에서의 평가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는 실현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두 영역 이상이 융합되는 이른바 복합 학문 영역의 평가가 일반화돼 있지 못한 현실 속에서, 이 두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평가자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A란 영역과 B란 영역이 융합된 AB융합 영역의 과제를 제대로 심사하기 위해서는 AB융합 영역의 전문가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융합영역이란 늘 새롭게 창출되는 분야이기에 창의적 복합학문일수록 그 융합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는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자연히 AB융합 영역의 심사는 A영역 전공자와 B 영역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 심사할 수밖에 없다. 양 영역의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 심사를 할 수는 있지만, 이들이 정말 통섭된 두 영역의 새로운 영역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연구재단이 내세우고 있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 영역의 온전한 평가자 확보란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성질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연구재단은 한 지붕 아래의 세 가족이 아니라, 기존 세 재단의 화학적 융합체를 빨리 이뤄내야 하며, 그 실질적인 결실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세분화된 그리고 표준화된 융합 학문 연구분야의 평가지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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