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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위기, 철학계가 해야 할 일] 대학평가에 ‘기초학문 보호 지원책’ 요구하자
[인문학 위기, 철학계가 해야 할 일] 대학평가에 ‘기초학문 보호 지원책’ 요구하자
  • 교수신문
  • 승인 2009.06.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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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위기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철학계가 그간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철학계가 맞고 있는 위기의 원인의 한축이 우리 내부에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철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모색을 하지 못한 데 있을 것이다. 이런 반성 하에서 철학계는 몇 가지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첫째로, 대학 교양교육에서 철학 관련 과목의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철학계는 각 대학 교양교육에서 철학과목이 개설된 현황과 그 내용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교양교육에서 철학 교육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철학의 역할을 교양교육에만 한정시키고 철학과는 대학에서 필요 없다는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 철학의 역할을 글쓰기나 비판적 사고 같은 기초교육과 인성교육만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철학의 본래적역할을 심각하게 한정하는 것이다. 교양 교과목들과 더불어 전문적인 철학 교과목이 개설돼야 한다.

    둘째로, 연계전공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기초학문으로서의 철학의 역할을 증대시킬 수 있다. 현대는 학제적 연구와 학문 간의 융합적 탐구가 요청되는 시대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부로 알려져 있는 PPE(철학, 정치, 경제) 과정은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철학회는 철학이 다른 학문과 연계가 가능한 분야를 조사하고 자료로 만들어 각 대학이 참조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대학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실천인문학 운동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민인문강좌 같은 사업에서 철학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학회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외적인 측면의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첫째로, 교과부나 언론의 대학 평가에 기초학문 보호 지원책을 학회에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 대학평가는 주로 취업률과 수요자 선호도를 중시하고 있다. 대학이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둘째로, 철학전공을 취업과 관련시켜 부정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학생들 및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철학을 홍보할 지를 모색해야 한다. 사실상 아직도 대부분의 학생이나 일반 대중에게 철학이나 철학과의 이미지는 취업하기 어렵고 쓸데없이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는 곧바로 학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변하는 이 시대에 왜 철학 교육이 중요한지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철학 교육을 도입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국대학의 위선적 아카데미즘-한국 철학계의 위기와 대응’을 요약한 글입니다.

김영균 청주대·문화철학과

한국서양고전학회 편집위원, 한국동서철학회 이사를 지냈다. 저서로 『국가-훌륭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 등이 있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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