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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작지만 강한 ‘스터디 투어’
[대학정론] 작지만 강한 ‘스터디 투어’
  •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 승인 2009.06.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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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대학교육이 바뀌고 있다. 그런 것을 보여주는 주제가 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즉 지속가능발전교육이라는 주제다. 핵심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교육다운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냐에 대한 의견수렴에 있다. 우리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 주제중의 하나가 일본 대학가에 번지고 있는 지속가능발전교육과 학생들의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이다. 대학생들의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은 급격하게 전개되는 사회변화에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본식 교육혁신 사례다.

    ESD가 대학교육과 접목될 때 그들은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기존 강의중심 ESD수업은 이제는 더 이상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뒷받침된 ‘스터디 투어’는 강의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삶에 대한 학생들의 부대낌과 정리, 그리고 깊은 사고능력배양이 스터디 투어의 밑그림이었다. 스터디투어는 철저한 체험학습을 강조한다. 예컨대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관이 에코 하우스(친환경 주택)같은 프로젝트를 구상하면, 그 일에 대학생들에게 참여기회가 제공되고, 스터디 투어가 진행된다.

    스터디 투어의 구성은 투어를 하기 전에 대학생들은 각가지 관련 주제를 구상, 프로젝트화 한다. 처음에는 ESD 전문가에 의한 일반적인 오리엔테이션의 강의도 듣지만 초점은 강의에 있지 않다. 철저한 참여와 철저한 체험에 있다. 학생들은 현장연구를 통해 조사를 한 후 분야별로 나뉘어조사한 내용을 작성한다. 현지 조사, 친환경제품 조사, 동물의 생활환경 조사, 조류생태환경, 해안쓰레기 문제 등등에 관한 살아있는 조사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한다. 물론 사후 평가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이런 스터디 투어를 경험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에 비해 삶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는 매우 고무적이다. 투어에 참여한 이후 아주 작게는 그들이 쇼핑을 할 때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다든지, 갖고 싶은 물건을 바로 갖지 않고 인내하면서 그것이 친환경적인지 아닌지 까지 사고할 수 있게 됐다는 작은 변화도 나타났다. 

    스터디 투어는 지속가능발전의 중심에 바로 내가 서있으며 내가 배움의 주체로 거듭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들이 배움의 주체이며 친환경, 혹은 녹색혁명 친화적인 삶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바로 스터디 투어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성일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며 사회와 대학이 어떻게 공존해야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됐다는 그들의 보고는 그 어떤 지식 중심 강의에서도 제공하지 못하는 살아있는 교육적 보고였다. 사회를 보는 가치관을 변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스터디 투어를 통한 작은 계기가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었고, 그것은 사회를 변하게 만드는 일련의 친사회적인 행동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터디 투어 뒤질문조사를 통해 비판적 사고가 고양됐다는 자성적 보고가 바로 그것을 입증한다.
스터디 투어가 외부로의 여행이었지만 그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여행으로 발전한 셈이다.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교육은 고등교육 측면에서 전문가 육성, 관련 과목개설 모두 미흡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학습자, 교수자 모두 이와 같은 교육에 관심 밖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제적인 참여 중심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환경’에만 국한하기보다는 경제와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확장해 間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실천과 방법을 사회변화와 대학교육의 변화에 제대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 대학에 등장한 스터디 투어는 대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학교의 공식적인 지속가능발전 교육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교육이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일깨워 주는 사례다. 스터디 투어니 체험교육이니 하는 새로운 지속발전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과정 구성과 편성 방법부터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획일적인 한 학기 몇 시간, 혹은 대학에 한정돼 있는 강의위주의 교육과정 편성방법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 기대되는 고차원적 사고는 불확실성의 대처와 복잡한 과제의 해결과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접근, 장기적인 사고, 혁신성과 대학생들의 현실체험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학이라는 한정된 강의실로부터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과정을 계획한다는 사람들의 머리부터 달라져야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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