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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캠퍼스의 지상 명제
[대학정론] 캠퍼스의 지상 명제
  • 박길룡 논설위원 /국민대·건축학
  • 승인 2009.06.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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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 문제, 온난화에 봉착한 딜레마, 에너지 고갈에 대한 공포, 그리고 지구 붕괴의 걱정. 지구의 피로감은 결국 질환이 되며 병변이 드러난다. 고열에 숨이 차고 버짐 핀 피부의 징후이다.

엔트로피 저감의 노력은 깊은 설득의 다음이 아니라 조급한 일이 되고 말았다. 위기는 고양되고 지구인들은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그의 지속가능성을 찾는다. 지속가능한 환경, 대체 에너지의 강구, 물자의 아낌, Co2 절감. 지난 5일이 환경의 날이었지만, 80년대 초만 해도 강의실에는 연탄난로가 타고 있었으며, 연구실은 석유를 배급받아 때던 석유난로가 겨울을 지탱해주었다. 이제 웬만한 대학시설들은 모두 냉난방 시스템이 완벽하다.

    대학도 다인구 구조에 높은 에너지 소비체이며, 환경문제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대학에서 녹색운동은 학생이나 구성원의 동아리에서 시작됐다. 상지대, 한양대 안산캠퍼스 등 여러 대학들도 환경운동의 실질적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한국 그린캠퍼스추진협의회(회장 신의순 연세대)가 2008년 출범했다. 그것은 운동이 아니라 그냥 생활이 돼야 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질적 소모와 그 배설을 토해내며 지구를 소모하는지. 양적 飽滿과 꾸밈을 위해 소모되는 것들에 대한 문제의 시선을 최소주의로 돌릴 필요가 있다.

    ‘너무 많아서 문제’는 이미 老子가 전하고 있었다. 藻彩한 수식을 싫어하는 ‘언어 최소주의’는 도가에서도 발견된다. 노자는 “진정으로 위대한 웅변은 마치 더듬거리는 것과 같다(大辯若訥)”고 하고, ‘말을 통하지 않는 가르침(不言之敎)’을 충고한다.

노자는 또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言者不知)”고 말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언어 과잉에 대한 불신감이다.

    모더니즘의 다른 핵심인 미니멀리즘은 이 절제의 의사로 단단해 졌다. 이른바 ‘젊은 보수주의자’들은 감성을 미니멀 형식에 싸 미적 쾌감을 감춘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의 조형은 일종의 네거티비즘(negativism)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독일 모더니즘의 건축가 미이스(Mies van der Rohe)의 건축 개념은 ‘Less is More’에 함축된다. 그리고 지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는 물, 나무, 흙이 더 잘 안다.

    대학은 지구환경 문제에서 가장 앞선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석학들은 사회적 대안 제시에 앞장서지만, 정작 캠퍼스 안에서 실천성은 한가하기만 하다. 실험실과 강의에서는 웅변하지만, 사회시설 중에서 환경문제에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대학이었다. 지식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 곳, 바로 대학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동차에게 공간의 우월권을 뺏기고 나서도 어쩌지를 못하다가 용단을 내린 것이‘차 없는 캠퍼스’이다. 이화여대 캠퍼스의 청정 환경이 돋보이는 것은 캠퍼스 전면에 구축된 종합편의시설 ‘ECC’가 배후 공간을 방어해 주기 때문이다. 고려대 자연계캠퍼스는 '하나스퀘어'로 지하주차를 해결하고, 국민대도 2002년 ‘차 없는 캠퍼스’를 선언하고 운동장 밑에 대형 지하 주차장을 설치했다.

이제 캠퍼스 안에는 장애인차와 화물차 이외에는 차를 볼 수 없게 됐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실천하고 있지만, 더 정교해야 한다. 분리 유형을 더 세분하고 수거와 활용까지 연계시켜야 한다. 청정에너지는 이상이 아니라, 비용-수익의 잇점에서 실용적인 것이다. 대부분 대학이 자연과학, 공학, 이학의 아카데미아를 갖고 있으니, 태양, 풍력, 지중 에너지의 연구, 실험과 개발, 실제 활용을 한꺼번에 통합시킬 수 있다.

    여전히 캠퍼스에 만들어지는 시설들이 문제인데, 대학부터 ‘지속가능한 건축’을 윤리의 첫번째로 해야 한다. 건물은 자신의 생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삼키는 괴물이며, 용도가 끝나는 순간 바로 그만한 쓰레기를 만든다. 그래서 시설디자인에서도 최소주의는 절대 명제이다.

    환경은 이공학에서의 접근만이 아니라, 인문사회적 접근에서 또 다른 성능이 있다. 행동실천과 함께 그린 캠퍼스를 교양과목으로 할 필요가 있다. 국민대는 일반교양으로 녹색 캠퍼스가 매학기 개설된다. 협동강의의 형식으로 일반강의와 팀워크 프로젝트로 프로그램 돼 있는데 인식을 저변화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녹색환경에서 자라는 청년들이 더 푸르른 심성을 갖게 된다는 믿음이다.

박길룡 논설위원 /국민대·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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