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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약대 신설에 몸단 대학들
[대학정론] 약대 신설에 몸단 대학들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09.06.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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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가족부가 2011학년도부터 약대정원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대학들마다 약대신설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20개의 약대가 개설돼 있고, 입학정원이 1천216명이다. 이 숫자로는 현실 수요를 다 충족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제약회사나 연구소에서는 약사의 인력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아직 증원 숫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소식을 접한 서울지역의 대학, 그리고 전국 각 지역에서 신설의 꿈을 꾸고 있는 수가 이미 20여개 대학에 육박하고 있다.

    약대가 6년제로 바뀌었고, 다른 학과에 비해 아직까지는 인기학과로 분류되고 있기에 각 대학들마다 학과개설 의지를 다퉈 내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대학이 이미 경쟁체제에 돌입한 지도 오래 됐고, 대학의 생존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이른바 인기 학과의 개설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신설될 약대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야 하는 점이다. 대학의 발전과 국가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다음 몇 가지 점이 고려돼야 하리라고 본다.

    첫째, 특정지역에만 약대를 개설 혹은 증원해 한 지역 편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역의 균등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특정 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심각해지고 있고, 대학의 특성화를 통한 균형 잡힌 대학발전은 아직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른바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은 현재 지리적 위치와 기존의 대학 위상 때문에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대학의 특성화를 소리높여 외치고 있지만, 대학특성화가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반시설과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교육과 연구의 역량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상위권 대학들은 경쟁력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 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꿈은 하나의 희망 사항이지만, 대학의 발전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은 특성화된 다양한 대학들의 병존이라고 한다면, 정부는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는 선에서 그 신설의 방향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대학을 통해 특성화 하는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다양한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도 약대를 신설해서 대학 특성화를 추동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을 때,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갈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약대 신설을 대학의 특성화를 추동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는다면, 새롭게 신설되는 약대의 성격도 그 지향점이 조금은 다양한 성격으로 분화돼가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약사의 배출을 목적으로 하는 약대가 아니라,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지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생산적인 약대의 방향성을 설정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대개의 약사들은 약국을 운영하거나 약국에 근무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현실은 제약회사나 연구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며 미래의 큰 비전을 가지고 일하는 약사들이 많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앞으로 신설할 약대의 방향을 잡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선진국이 새롭게 개발한 신약을 적절히 복사해서 제약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신약개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신설될 약대의 방향이 단순한 약사만의 배출에 국한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인재양성을 약대신설의 한 방향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기반을 갖추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대학들이 약대를 개설해서 특성화 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곧 신설될 약대의 정원이 확정되면, 교과부가 약대 신설의 기준을 제시하겠지만, 그 기준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약대신설을 준비하는 대학들도 기존의 약대를 넘어서는 대학 특성화가 분명히 제시될 수 있는 약대 신설의 비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약대신설에 따른 대학들 간의 갈등은 새로운 불씨로 남겨질 것이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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