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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웹2.0시대와 저작권 공유의 가능성
[문화비평] 웹2.0시대와 저작권 공유의 가능성
  •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 승인 2009.05.18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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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을 포함해서 저작권이 주어지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리켜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한다.

특히 어떤 창작물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면 여러 미디어를 통해 그것이 다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더 많은 수용자들이 2차적 이용을 원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대중적 요구가 저작권법에 반영됨으로써 여러 나라에서 특정 창작물이 다른 창작물에 부분적이며 제한적으로 이용될 경우 비록 해당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이 없었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 전통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10월,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최진봉 교수가 올린 “UCC 배경음악, 퍼다 써도 될까요?”라는 제하의 <오마이뉴스> 기사가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미국 법원이 창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독점적으로 인정돼야 하지만, 절대적인 권리로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려 저작물 이용에 대한 새로운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을 이용한 영상 콘텐츠의 활발한 공유로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웹2.0 시대에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와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함을 일깨워주는 기회가 됐다.

특히, 인터넷 이용자들 간에 자신들이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서로 공유하는 이른바 P2P 사이트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P2P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들이 순수 창작물이 아닌 다른 것의 일부를 이용하거나 기존 창작물을 변형한 2차적인 경우가 많아 기존의 저작권에 위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P2P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영상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의 절대적인 권리를 인정할 경우, 영상 콘텐츠를 올린 대부분의 개인 이용자들이 저작권 침해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

인터넷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UCC의 영향력과 급속히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P2P 사이트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영상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적용의 새로운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처럼 저작권의 절대적 권리에 제동을 건 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미국의 평범한 주부 ‘스테파니 렌즈’. 2007년 2월 그녀는 자신의 아기가 ‘프린스’의 ‘Let's Go Crazy’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홈비디오로 촬영한 후 29초짜리 영상물로 제작, 유튜브에 올렸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났을 무렵 유니버설뮤직그룹은 스테파니 렌즈의 영상물이 프린스의 음악을 불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이 보유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유튜브에 문제의 영상물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유튜브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스테파니 렌즈의 영상물을 삭제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스테파니 렌즈는 자신의 아이가 춤추는 모습을 촬영하다가 배경음악으로 같이 녹음된 음악에 대해 저작권 침해라고 것은 과도한 권리주장이라며 법원에 해당 동영상 삭제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나아가 자신의 영상물을 삭제하도록 유튜브에 압력을 가한 유니버설뮤직그룹의 행위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보장하는 미국 저작권법을 어겼다며 소송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소송의 심리를 맡은 캘리포니아주의 산호세 지방법원은 스테파니 렌즈가 본인의 영상물에 사용한 음악은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며, 유니버설뮤직은 영상물의 삭제를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동안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져 왔던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공정한 이용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저작권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저작권 공유는 공정이용이 가능한 공유영역을 기본으로 하되 권리자가 스스로 자유이용을 허락함으로써 독점이 배제된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권리자 보호가 과도하면 자칫 이용자의 활용권을 축소하고 결과적으로 공유·개방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 공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 문제를 단지 권리자 보호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졌다고 하겠다.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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