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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학자금대출제 이대로 둘텐가
[대학정론] 학자금대출제 이대로 둘텐가
  •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 승인 2009.05.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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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가구 대학생 자녀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자를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조례’ 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이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조례가 통과되면 도시근로자가구의 월 평균소득이 최고 월 500만원까지의 저소득 가구 가운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자녀의 이자를 서울시에서 대신 부담하게 된다. 500만원 이상의 소득가구에 대해서도 가구당 대학생 자녀가 둘 이상 학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조례에 담겨 있다.
다만 그 대상을 서울에 주소지를 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으로만 한정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도 참고로 눈여겨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현재 학자금 대출제도가 대학과 학생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첫째로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OECD국의 고등교육 이수 인구 비율은 많이 늘어났다. 대학교육의 혜택은 교육의 형평성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고숙련 인력채용 범위 확대와 전체적인 노동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기에 모든 이를 위한 고등교육의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해마다 치솟는 대학등록금과 학자금대출 이자의 인상률을 학부모들에게만 부담케하는 일이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대학등록금 인상률은 물가의 2~4배에 달한다. 사립대의 경우 27.8%나 폭등했다. 세계적으로 장기화된 경제침체와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은 개인이 학자금을 빌리는데 제한을 가져온다. 경제침체는 저소득층 학생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재정적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셋째로, 현행의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생을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만들기 알맞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학생들이 정부보증학자금 대출 이자를 제때 납입하지 못하면 그것이 누적돼 다음 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정부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인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그 기록은 금융기관에 남게 돼 신용불량청년으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 은행은 언제나 그들만의 은행이었지, 우리 국민의 은행은 아니었다.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을 있는 그대로 닮은 곳이 지금의 은행이라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지금의 학자금 대출이자(7.3%)가 시중은행 금리보다도 약 3%가량 더 높은 것만 봐도 그렇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대출 받는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은 은행측에서 위험부담을 떠맡게 되고, 이때문에 학자금 대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이자 연체로 인한 금융채무 불이행자 양산은 현 학자금대출제도의 개선을 시급히 요구한다.

기업에서 사원 채용 시 신용조회를 하게 되는데 학자금대출 이자가 연체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면 대학생들은 신용불량자로 조회돼 취업을 금지 당하게 된다. 채무불이행자가 돼 취업을 할 수 없게 되면, 학생들은 상환기회마저 잃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는 학업기회마저 봉쇄된다. 대학원교육은 경제적인 환경이 뒷받침되는 학생만의 전유물이 되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어 국가발전에 공헌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하는 셈이 된다.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번 서울시 주민들이 발의하는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조례는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돼야 국민적 일깜이다. 학자금지원조례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문제로 인해 당장에 실현되기 어렵다면, 우선 급한대로 기초생활수급자 뿐만 아니라 중산층 학생에게도 일정 부분 정부에서 혜택을 주는 현실적인 방안 같은 것을 시급하게 강구해야 한다. 한국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월평균 가구소득이 233만9천원 이하는 소득 1~2분위(무이자 지원)로, 234만원부터 374만1000원까지는 소득 3~5분위(학생 부담 3.3%)로, 374만2000원~495만3천원(학생 부담 5.8%)까지는 6~7분위로, 495만3처원 이상은 8~10분위(일반대출)였던 것을 보면, 학자금 지원 대상범위를 지정할 때, 가정의 소득수준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차지하는 대학생의 수, 가장의 실직여부 등과 같은 가정 내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할듯하다.

이런 점에서 교육평등과 공공성, 그리고 교육의 분배와 정의실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문인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정책들은 대폭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넓힘으로써 대학교육의 기회 형평성을 실현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분야가 대학 학자금 지원 정책이라는 인식이 바로 서기를 바란다.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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