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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투자 중요성 외면 …‘고등교육세’ 전환도 고려하자
교육투자 중요성 외면 …‘고등교육세’ 전환도 고려하자
  • 송기창 숙명여대·교육학부
  • 승인 2009.05.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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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세 폐지 논란, 이렇게 본다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교육세 폐지 논란이 결말을 보지 못한 채 국회 기획재정위에계류돼 있다. 국회는 교육세 폐지가 확정돼야 2010년 세입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압박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교육세법 폐지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교육계의 반대로 다시 보류했다.

기획재정부는 교육세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세제 간소화와 재정운영의 경직성 해소를 들고 있으나, 교육세 폐지의 논거로 설득력이 없다. 목적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목적세 수입은 본질적으로 특정목적에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재정운용은 경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교육세 신설 당시 국민들이 이미 동의한 사항들이다.

교육세 폐지를 주장할 수 있는 타당한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교육세의 도입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뿐이지만, 교육세의 목적이 달성됐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기획재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은 교육세를 폐지하더라도 교육세 수입액만큼 교부금의 내국세 교부율을 조정하기 때문에 교육재원 규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10년은 정부의 주장대로 교육재원에 손해가 없을지 모르지만, 교육세가 교육재원 확충 기능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목적세로서의 교육세는 교육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나타내는 상징적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세확보전략으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세가 폐지되면 국가의 교육에 관심과 지원이 약화될 것이며, 교육재원을 더 이상 확충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내국세 수입은 제로섬구조를 가지고 있는 재원이므로, 내국세의 일정률로 확보되는 교부금을 늘리려면 다른 부의 동의를 받아 다른 부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 교육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자기 부의 예산을 줄이는 것에 동의할 부처가 있을 리 없다. 실제로 교육재원 확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교육세는 교육정책적 필요가 있을 경우 국민적 동의에 따라 늘릴 수 있으며, 늘어나는 재원은 교육 분야에만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유아교육 확대, 고등학교 의무교육 실시, 노후교실 증·개축, 교원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한 사업들이 즐비하다.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구상도 교육재원의 확충 없이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교육재원 수요를 내국세 교부율을 올려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교육세법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전략 부재이며, 논리적 모순이고, 국민 기만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초·중등교육에 못지않게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고등교육재원 확충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고등교육재원을 확충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매년 새로운 고등교육재정사업이 생겨나 고등교육재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임시변통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이후, 고등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교부금 재원을 내국세의 일정률로 규정할 경우 단순해서 좋지만, 제로섬구조인 내국세의 속성상 예산부처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요컨대, 교육세 폐지방침은 철회하는 것이 옳지만, 꼭 폐지해야 한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현행 교육세 규모(4조3천억원)와 고등교육재원 규모(4조7천억원)가 비슷해서 양 재원을 맞교환하고 약간만 조정하면 된다. 일단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고 나면, 국민의 동의로 세율을 인상해 고등교육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원은 지방교육세 구조개편을 통해 확충하도록 하고, 국세 교육세는 폐지하는 대신 고등교육세로 전환해 고등교육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교육세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본다.

송기창 숙명여대·교육학부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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