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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훈장 똥은 …”
[學而思] “훈장 똥은 …”
  • 이성수 건국대·기계설계학
  • 승인 2009.05.0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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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어느 봄날, 퇴근 버스에 몸을 싣고 귀가를 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 곁을 떠나 공부해 성공하라던 어머님의 말씀을 뒤로 하며,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본사에 근무하며, 출ㆍ퇴근하기를 수개월, 그 동안은 대학 졸업과 취업이라는 나름대로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고, 그 덕분에 대학으로 온 추천장에 의지하지 않고, 대기업에 취업해 업무도 재미있고 나름대로 일에 대한 성취감도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이 길이 나의 길인가 하는 의문에 다시 한 번 더 공부를 해 보자고 다짐을 하게 됐고, 준비에 준비를 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그리고 학교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 나에게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데 그런 훈장이 되려고 하느냐”고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나의 귀에 생생하다.   


그렇게 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업고등학교의 야간 자동차과 선생을 하면서 대학원에 다니게 됐는데 그 때 지도교수님께서 어느 날 “대학 교수는 두 가지야, 그 하나는 정말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하시던 말씀을 생각하며, 어머님이 말씀하시던 그런 훈장,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그런 선생은 되지 말자고 다짐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이후에 다행히 유학시험에 합격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을 해 다시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대학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어머님의 훈장에 대한 말씀과 지도교수님의 두 가지 부류의 교수에 대한 말씀을 되새기며, 나는 그런 훈장은 되지 않겠다. 나는 가르치는 것을 즐거워하는 그런 교수가 되겠다고 새로이 다짐을 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정교수가 돼 있는 나를 돌아보며 감회가 새롭다.공업고등학교에 근무하던 당시에 이 말썽꾸러기 들이 과연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마음속에 있으면서도 나의 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으니 학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격려도 해 주고, 야단도 치고, 희망을 주려고 하다가 나는 유학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말썽꾸러기 학생들을 찾아보니 이후에 자동차 산업이 발달해 자동차 수요가 많아진 원인도 있지만, 다 들 나름대로 자신의 일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래 누구나 그 나름대로 할 일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학생들의 가르침에 대한 희망과 즐거움을 갖게 됐다.
그렇게 가르친 그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 있는 것을 보면서 세월의 유수 같음과 더불어 희망이 자라고 있다는 즐거움을 느껴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지난학기의 화요일 1교시 강의 시간에 강의를 하러 들어가서 강의를 열심히 하다가 강의실 맨 뒤에 앉아 있는 한 학생을 보니, 첫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책상위에는 교재도 없고, 노트도 없이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평상시에는 화를 잘 내지 않는 나였지만 너무나도 화가 났다. 2학년 과목을 강의 들으러 들어온 4학년 학생이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가능하면 학생들을 이해하려 하던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화가 났던 것이다. 아직 군에도 다녀오지 않은 2학년 학생이었다면 “그래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래”하고 넘어 갈 수도 있는 것을, 군에도 갔다 온 4학년이 그러고 있으니 너무도 철부지(?)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최대한의 진정된 마음으로 왜 무엇하러 와서 앉아 있는 것인지 조용히 그 학생에게 물어보면서도 나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그 학생은 시험에서도 출석에서도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졸업을 해야 하는 4학년임에도 F학점을 받았고, 나를 찾아와 사정을 했으나 아무리 4학년이라고 해도 성적을 주어서 졸업시키는 것 보다는 자신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그 학생의 장래를 위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지금은 비록 나를 원망하더라도 그것이 그학생을 깨우치는 거듭나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이성수 건국대·기계설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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