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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타고난 영재 기획된 영재
[딸깍발이] 타고난 영재 기획된 영재
  • 배영찬 편집기획위원/한양대 화학공학
  • 승인 2009.04.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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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에서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과제로 ‘수학·과학 교육 내실화’와 ‘선진형 영재교육 정착’을 정책연구로 도출해 공청회 형식으로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패널로 참석을 하게 됐다.
그런데 발표내용 중에 과학고 입시 및 올림피아드 운영 개선 방안과 카이스트/과학영재학교 학생선발 개선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공청회에는 연구과제 관련 전문가와 학부모들도 당연히 참석대상으로 돼 있었다.
입학실장 경험이 있는 본인은 입시라는 단어가 공청회 전부터 상당히 마음에 걸렸다.
또한 본래의 공청회 의도 보다는 입시 쪽으로 모든 토론이 진행 될 것이라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패널 토론에 앞서 영재교육의 정의가 궁금했다. 영재교육은 ‘지능이 높은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이라고 백과사전들은 정의했다.

한국의 영재교육 역사를 보면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은 교육의 평준화시책에 대한 비판과 특수교육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부각되었고 1973년 ‘전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전국 교육자대회’에서 과학영재교육의 중요성이 역설됐다. 그 방안의 하나로 과학고등학교 설립이 제창됐고, 2009년 현재 전국에 17개 과학고등학교, 2개 과학영재학교, 25개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영재교육에서도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주창했다. 영재교육은 공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이다. 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영재 교육을 제공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영재라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위한 차원 높은 교육제공이 더 중요하다.
또한 영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켜주는 정책도 필요하다.1994년 ‘비협력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수학자 John Nash의 경우를 보자. Nash 박사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난제들을 천재 특유의 집중력과 창의력으로 해결해 나갔고 독보적인 게임 이론을 정립했으나 그 후 심한 정신 분열증으로 약 30여 년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이런 괴팍한 사람에게 프린스턴 대학은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일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Nash박사는 1994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영재교육 정책에 영재성이 입증된 학생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지켜 주기위한 세심한 지원 정책도 동반 돼야 한다. Nash 박사는 전형적인 타고난 영재이다. 토론장은 예측 했던 바와 같이 결국 과학고·과학영재학교 입시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참석자의 반은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한 학부모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 학부모의 발언은 우리의 영재교육 현황을 잘 대변해 주었다. “태교 때부터 아이를 영재로 키우겠다고 계획을 세웠고, 지속적인 사교육으로 영재교육을 시켰으며, 자신의 아이는 영재임에 틀림없고 과학고 이외에는 교육시킬 수 없다”는 논리였다.
다른 학부모는 과학고에 들어가기 위해지난 수년간 준비해온 올림피아드를 왜 입시에서 제외시키려 하는지에 대한 불평이었다.

결국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를 영재교육원(초등교, 중학교과정)을 수료한 후 과학고·영재학교(고교과정)에 보내는 것이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의 영재는 처음부터 잘 기획된 영재이다.

배영찬 편집기획위원/한양대 화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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