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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광고의 철학
[대학정론] 대학광고의 철학
  • 박길룡 논설위원/국민대 건축학
  • 승인 2009.04.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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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룡 논설위원/국민대 건축학
대학의 궁극성이 최고 교육에 있지만, 그것은 또한 사회문화로의 기축이 돼왔다. 그래서 대학문화는 그 시대사회의 비전이며 다음 시대의 사실이다.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의 별스러운 시선인지 모르지만, 대학의 문화는 감추어진 내재율이 아니라 가시적인 문화이다. 더군다나 통합적 가치가 무너지고 개별적 가치가 세력 하는 현대에서, 대학의 이미지는 ‘있음’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든 드러내려 한다. 방법은 많다. 신문광고는 물론이고, 지하철, 공항 빌보드, 야구장에도 대학광고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매체가 신문의 대학광고이다. 필자는 여러 해 동안 신문광고에 드러나는 대학의 이미지를 눈여겨봐 왔다. 거기에서 대학의 이미지란 대학문화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또는 드러내는 자기 모습이다. 최근 대학광고는 양적으로 대단히 팽창됐다. 광고 디자인도 다채로워졌고 메시지의 의도도 다양해 졌다.

주로 대학의 경쟁력을 과시하는 추세에서 어찌 보면 기업이나 상업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때는 그 상업성이 너무 지나쳐 쓴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한다. 대학광고도 어떤 트렌드가 있어, 몇 년 사이에 스타일의 변화가 눈에 띈다. 대학광고가 대중매체에서 신장하게 되는 것은 90년대 이후이지만, 처음에는 꽤 아카데믹했다. 광고 디자인은 보수적이고 전하려는 정보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예를 들어 입시광고는 한정된 지면에 입시요강을 중심으로 이미지 보다는 깨알같은 폰트로 소상한 정보를 전하려고 했다.

점차 대학광고도 이미지 전략으로 바뀐다. 여기에서 대학마다의 문화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경향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젊은 층에게 시각적으로 호소하는 그래픽 효과이다. 고객을 의식하기에 팬시하고, 재미있고, 심지어는 만화와 같은 이미지가 등장한다. 한때는 이게 대학광고인지 무슨 연예 광고인지 헷갈린다. 이쯤 되면 상업광고와 다를 것이 없어진다. 광고 문안 즉 카피는 대학문화를 압축 성형해 웅변하려는 것이며, 그래픽이 그것을 눈으로 읽게 한다.

이러한 표현이 좀 지나쳤다고 생각되는지 얼마 후 경향은 다소 지성적으로 바뀐다. 대학이 세계적이어야 하고, 우주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대를 만나는 순간 세계로 가는 문이 활짝 열립니다.’ ‘아시아는 부른다. 35억을 호령할 230인’, ‘서울에서 세계로 가는 큰 문’. 최근에는 대학의 실용주의를 강조하는데, 무엇보다 대학의 취업 능력에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주눅이 든 사회현실에서 대학마저 뒤뚱거린다. 최고의 취업률을 카피라이트로 하지만, ‘實4 求是’는 유치해 보인다.

많은 대학들이 창조성을 호소하지만, 아직도 광고 이미지는 보수적이고 고답적이다. 아마 서양 고전풍의 본관 건물이 있는 대학들이 그 건물의 로마적 이미지를 대학문화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학이 아카데믹하거나 지적이라는 것과 이미지로서 서양의 고전 건물을 차용하고 꿰매어지는 것이다.

최근의 디자인 경향은 매우 순치됐다. 어떤 대학은 너무 나이브해 뭘 말하려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고리타분하다. ‘자신감을 키워주는 대학’ 같은 카피라이트는 아무 생각이 없는 대학 같아 보인다. 대학광고는 대학의 문화이자 아비투스이다. 홍보라는 것이 우선 널리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그러하지만, 좋은 이미지의 효용을 잘 모르면 광고비는 낭비가 된다.

이러한 낱낱의 이미지가 쌓여 우리들 속에 대학이라는 복합적 이미지의 덩이, 곧 이미저리를 만든다. 지식의 창고일지, 문화의 리더십일지, 진정 세계를 보고 있는지, 경영에 급급함인지. 우리는 그것을 그 대학의 철학이라고 본다.

박길룡 논설위원/국민대 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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