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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취업률 공시의 虛實
[대학정론] 취업률 공시의 虛實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09.04.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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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대학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소위 대학정보 공시제가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올 해도 공시기간에 맞춰 공시해야 하기에 대학은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시되는 13개 항목들에 따른 지표가 공개되면서, 대학들 간의 우열과 비교가 명백히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대학의 실상이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선명히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학정보 공시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현상을 가장 단순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수치에만 매몰될 경우에 빚어질 부정적 경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많은 대학들은 현재 4월 안으로 확정된 수치를 공개해야 하는 취업률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그 대학의 취업률이 학생들의 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학이 국책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항목의 하나로 취업률의 정도를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정보 공시를 맡고 있는 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교육관련 정보 중 취업률의 공시에 가장 많은 관심도를 보였다고 한다. 어떻든 대학의 취업률은 지금 이 힘든 현실 속에서 최대의 관심사가 돼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각 대학들은 졸업생 한 명이라도 더 취업을 시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 실상은 각양각색으로 취업을 시키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정도이니, 이제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다. 대학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목적이, 그들이 살아갈 직업을 선택할 전문영역의 교육을 통해 사회로 진출할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취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학교육 자체의 궁극적 목적이 취업으로 설정된다는 것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대학의 역사가 바뀌면서, 대학이 상아탑 안에 안주하던 시절이 먼 옛날의 이야기란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대학의 존재이유는 본질에 대한 탐구를 외면할 수 없다. 미국발 실용주의 교육의 바람에서 멀리 비켜서지 못한 한국대학 교육이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이미 대학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어야 하는 소위 맞춤형 교육으로 변하고 있다.

 
공학인증제 도입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변화는 산업의 현실과미래를 주도해 가기 위해 대학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성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의 개선과 실천이 필요한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 발전해 가고 있는 응용학문들의 속성을 감안할 때, 대학교육의 실용성을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교육은 단순한 기술과 실용적인 지식만을 전수하는 곳은 아니다. 새로운 창조적인 작업이 가능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눈을 열어주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본질에 대한 탐구와 원론에 대한 탐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주도할 자기세대의 미래의 주역으로서, 자기 세계를 새롭게 창조해 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은 지금 당장의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비정규직의 취업자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육에 더 심혈을 쏟아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취업률 얼마를 높여가기 위해 대증요법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교육의 내실을 제대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

단기적인 취업률 수치에 매몰되다보니, 대학정보공시제에 의해 취업률을 처음으로 공개한 지난 해의 경우, 공시된 취업률을 한국교육개발원이 검증해본 결과 10% 정도의 오차를 확인한 바 있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아직까지 벗어던지지 못한 통계 부풀리기가 대학 취업률 공시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대학만이라도 이런 통계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자정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과 동시에, 대학 취업률 조사에 관련된 제도적인 부분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청년 실업의 현실적 수치는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데, 대학이 공시한 취업률 역시 상식적인 선을 넘어 훨씬 높은 수치를 내보이고 있다면, 이 이율배반을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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