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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의 방만한 구조부터 먼저 바꾸자
사범대의 방만한 구조부터 먼저 바꾸자
  •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교육학
  • 승인 2009.04.13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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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6년제 교육전문대학원 전환을 제안하며

정부는 교육대와 인근 국립대를 통합하려는 의지를 재차 밝히고 있다. 교과부 장관이 전국총장협의회에서 교대와 인근 국립대 통합을 언급한 이후 지난달 20일에는 전국교육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구체적인 지원계획까지 공식적으로 밝혔다. 6월 중에 인근 국립대와 통합을 희망하는 교육대의 신청을 받아 25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며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초등교원 수요 급감에 따른 교육대의 초등교육과 정원급감에 대비하고 국립대 법인화,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 효과를 기대하는 정부의 셈법이 있다. 출산율 저하와 교육대 정원 감소가 예상되면서 현재처럼 독립적인 교육대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다. 한국 초등학교 교사들의 근무여건을 OECD 평균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할 경우 교사 수요는 우려하는 만큼 크게 줄지 않는다. 결국 독립적인 교육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유능하고 소명의식이 높은 초등교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 문제이다.

교과부는 교육대가 종합대와 통합할 경우 학생들이 복수 전공 등을 통해 다른 직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대 학생들은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높은 경쟁을 거쳐 진학한 학생들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은 다른 복수전공을 하고자 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캠퍼스가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는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전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교육대의 꽉짜인 교육과정의 특성상, 두 개의 캠퍼스를 왕복하며 복수전공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교육대 캠퍼스를 폐쇄하고 캠퍼스를 이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엄청난 예산 추가 소요가 발생하거나 초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형식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교육대를 종합대에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초등교원 교육체제 개편 기본 방향은 현행 초·중등교원 교육시스템의 강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교육대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교육전문대학원 전환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중등교원양성과 함께 혹은 중등교원양성 프로그램을 먼저 전문대학원 프로그램으로 바꿔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중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전문대학원 체제로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방만하게 설치돼 있는 구조 탓이다. 정원 감축이나 폐과가 우려되는 사범대가 여기에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초등교육 수요의 고급화와 급속한 지식의 확장, 많은 과목을 가르치는 담임을 배출해야 하는 초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의 특성, 현행 4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초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6년제 교육전문대학원으로의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거쳐야 하는 중등교원 양성 프로그램과 달리 이미 이행 준비가 돼 있는 초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을 먼저 교육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초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을 전문대학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서 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해 중등교원 양성 프로그램에도 단계적으로 확대시켜 가면 더욱 바람직한 방안을 찾을 수 있고, 기존 사범대학의 반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전문대학원의 기본 방향은 시범대학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갑작스런 이행에 따른 교사 배출 중단에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다.
또, 초등교원 양성교육의 특성을 고려해 ‘2+4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초등교원 교원 수요의 3분의 2는 교육대 1학년으로 선발하고, 3학년을 대상으로 교육전문대학원 입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유·초·중등교원 양성을 연계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근 국립대 관련 학과를 교육대 캠퍼스로 통합해 ‘교육종합대학교’로 독립시키거나 미국 주립대학 캠퍼스 수준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체제로 나가야 한다. 현행 교육대 체제의 강점은 강화하고 국립대 통폐합의 기본 취지인 캠퍼스 특성화 및 대학운영의 효율화에도 적합한 방안이다. 물론 중등교원 양성체제 구조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방안에 인근 국립대가 찬성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전국 10개 교육대를 1개의 한국교육종합대학교로 통합하고 각 지역에 캠퍼스를 두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미 2005년에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박 총장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행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국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연합회 의장, 세계비교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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