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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7주년 기념사] 강물처럼 푸른 꿈을
[창간17주년 기념사] 강물처럼 푸른 꿈을
  • 이영수 발행인/ 경기대 명예교수
  • 승인 2009.04.13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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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교수신문의 ‘창간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 그리고 열정을 대학사회를 통해 구현하는 데 앞장선다, 인간 이성의 계발을 통해 인간성과 사회의 온전함을 도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실현한다, 합리주의를 신봉한는 세 가지였습니다.

인본, 진보, 합리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세 덕목에서 저희 교수신문이 걸어온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주마등같이 많은 일들, 기뻤거나 슬펐거나, 가슴 애통했던 사건들이 이제는 흑백사진처럼 기억 속에 묻힙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억들은 내일, 약속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이긴 하지만, 분명 내일을 싹 틔우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것이 흐르는 강물이라면 가슴에 둑을 쌓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창간 당시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수신문의 소중한 애독자로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을 걸어오신 독자 교수님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언제나 큰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던 대학 관계자분들과 총장님들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 사회의 온전함, 합리주의를 언급했습니다. 그것은 그저 17년 전의 마음의 깃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설 때, 갈림길의 고민이 깊어질 때면 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初心이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오늘날, 인간성과 사회의 온전함을 도모하는 일이란 지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슴 떨리는 지상 명령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합리적인 소통의 기반 위에서 진행돼야만 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혼탁은 이것이 결여된 때문에 빚어진 것 아닌가요.

지난 시간의 궤적을 ‘초심’의 거울에 비춰보았을 때, 솔직히 두려운 적도 많았습니다. 세상살이에는 숱한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生死야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해도, 대부분의 시작과 끝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있을 뿐 아니라, 또 남다른 의지와 결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옳지 않은 방향이나 유혹에 이끌린다면, 이는 시작의 의미를 무위로 돌리는 끝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채찍이 있어 겨우 이 두려움을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작과 멋진 마무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소설가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어떤 종류의 완전함이란 불완전함의 한없는 축적이 아니고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마음, 이 마음의 용기를 빌려 오늘 창간17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또 하나의 시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1월 새 사옥으로 옮기면서 교수신문은 몇 가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이 나라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갈 젊은이, 더 구체적으로 대학 1~2학년생에게 삶과 인생 진로의 초석이 될  교양을 심화하는 체계적 프로그램을 준비중입니다. 이는 지성인 집단인 교수사회의 전문성과 역동성이 架橋가 될 때 가능하겠지요.

둘째, 입시기계로 전락한 이 나라 젊은 고등학생들이 스스로의 인생 진로를 고민하고, 다양한 삶의 의미를 경험함으로써 안목과 지혜를 넓힐 수 있도록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대나무(대학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인터넷 온라인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올바른 대학과 학문·학과 선택을 돕고, 우리 대학들이 일궈낸 각각의 특성을 제대로 전달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교수님들을 비롯한 고급인력(석박사 연구원, 강사, 퇴임 교수)과 사회 전반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쌓아 온 전문성을 사회 곳곳에 액티브하게 연결함으로써 여럿이 넓게 성숙해가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정년퇴임을 하신 교수님이 시청이나 민간이 주관하는 문화강좌 자리에서 아낌없이 깊은 지식을 나눠주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이곳 가산디지털단지로 옮겨 온 뒤자주 푸른 한강을 떠올려보곤 했습니다. 굽이쳐 흘러가면서 合水된 강물이 일으키는 거대한 박동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록 도착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교수님들의 격려와 채찍을 모아 강물처럼  푸른 꿈으로 달려가고자 합니다. 꽃 향기와 움트는 새싹의 열기로 더욱 건강하십시오.

이영수  발행인/ 경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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