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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등록금 문제를 풀려면]미국 대학 졸업생 빚 평균 2만불 넘는다는데 우리는…
[‘공공의 적’ 등록금 문제를 풀려면]미국 대학 졸업생 빚 평균 2만불 넘는다는데 우리는…
  • 이성대 안산공과대학·정보통신과
  • 승인 2009.03.0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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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심이 경제 문제에 집중돼 있어 크게 주목 받지 못하지만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이곳 미국에서도 지금 각 대학의 재원확보와 등록금 문제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이미 낯선 이슈가 아니다. 우리 정부와 대학당국자들은 미국의 예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며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변하지만 미국 사회 내에서는 이미 감당할 수 없게 돼버린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비판을 넘어 분노의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미 의회에서 사립대학들의 대학등록금 인상률을 감시(이미 주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각 주 의회에서 결정한다)하고 대학들이 기부금과 적립금을 학생지원에 보다 많이 투자하도록 강제하려는 법 제정을 시도할 정도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 연구기관이 밝혔듯이 62% 이상의 미국인들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저소득층의 우수한 학생들이 질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라고 인식하는 사정이 깔려 있다.

일부 엘리트 사립대의 등록금은 이미 연 5만 달러에 육박해 미국의 중산층마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이렇게 끝 모르게 치솟는 대학 등록금은 값비싼 의료보험과 함께 이제 미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엘리트 대학들이 학생지원을 늘리겠다고 나섰지만 그 혜택을 부유층 학생들까지로 넓히는 계획을 내놓아 오히려 꼭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저소득층 자녀들의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엘리트 사립대 입학률이 낮아지고 있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학생지원은 대부분이 고스란히 학생들의 부채로 남아 졸업과 동시에 빚에 짓눌려 결국에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졸업생 일인당 부채는 평균 2만 2천 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1993년에 비해 63%가 증가했으며 이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고스란히 학생들의 빚으로 전가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의 함정이다.
과도한 학자금 대출은 은행이나 대부업자들에게는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 유망사업이지만 대학 졸업자들에겐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 할 평생의 부채가 되고 또 다른 사회적 재앙을 잉태하는 것일 뿐이다.

 
이른바 뉴라이트나 신자유주의 진영처럼 교육 시장주의를 외치는 분들이 그토록 모범 교과서로 받드는 미국사회가 그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그 폐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미국사회가 증명하고 있듯이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기간을 유예하는 따위의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안은 대학등록금 후불제나 무상교육이다. 미래 사회에서 고급 인력이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을 보장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학교육 투자는 고급 인력의 양성을 장려해 다른 무엇보다도 높은 국가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에 투자하는 것을 눈앞의 손익계산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누구나 원하면 교육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다. 서유럽의 무상교육 시스템과 영국 등의 등록금 후불제는 단순히 국가의 경제적 수준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思考의 문제인 것이다. 교육을 바라보는 그 국가와 사회의 철학적 수준의 문제이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이제 국민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 운영문제를 해결하려는 편의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과도한 대학등록금이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고착되는 경우 대학은 사회 전체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대학은 외형 경쟁이 아닌 내실 있는 교육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는 교육이 국가성장의 동력이 되고 사회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도록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확실하고 현명한 투자, 그것은 젊은 세대에 대한 교육이다. 대학등록금 문제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인 이유이다.

이성대 안산공과대학·정보통신과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의 대학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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