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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논문, 논문! 그러면 교육은?
논문, 논문, 논문! 그러면 교육은?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3.0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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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오래버티기, 불똥 어디로

업적평가가 교수들만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실적 때문에 자칫 강의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2005년 임용된 성균관대 ㅂ교수는 강의와 연구 사이에서 느끼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기본서는 특히 교재가 많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저자가 다르다. 최근의 경향을 감안하면, 교재를 매번 바꿔가며 엄선하고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저자가 바뀌면 다시 읽어봐야 하는데 연구압박이 심하다보니 그렇게 하지 못 하고 있다.” 그는 “늘 해오던 과목을 맡은 학기에 논문을 5편 썼다. 다음 학기에 새로운 과목을 맡아 수업 교재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논문 1편을 겨우 썼다”고 전했다.

최근엔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등 강의평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 지방대 교수는 “연구성과를 내라고 해서 논문 쓰는데 몰두했더니, 이제는 교육내용이 부실해졌다며 강의평가를 강화해 2년 연속 기준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으면 그 강의를 맡기지 않는다”며 “둘 다 잘 하고 싶지만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ㅅ대 교수는 추천서를 들고 자신의 연구실에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반갑지만 한편으로 고민이 생긴다고 한다. 이 교수는 입학처장, 학과장 등의 보직을 역임했기 때문에 제자들이 유학을 가거나 기업체에 입사하고자할 때 그를 곧잘 찾는다. 

문제는 추천서를 대충 쓰지 않는 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추천서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논문 쓰기 바쁜 상황에서 추천서를 들고 연구실 앞에서 날 기다리는 제자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사범대학 교수들이 제시하는 업적평가 개선안도 ‘학생 지도활동’에 대한 평가비중을 높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범대 특성상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과)는 “제자들이 교생실습을 나갈 때, 졸업생이 교사가 돼서 수업을 진행할 때 교수들을 찾아와 자세한 방법을 묻는다. 이런 학생들에게 정보를 주는 일이 사범대 설립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과정인데, 관련 활동이 업적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범대 교수들은 교과서 개발에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쉽고 재밌는 교과서를 쓰는 게 교육에 크게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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