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7:35 (일)
[한국연구재단에 바란다] 장기적 지원체제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해야
[한국연구재단에 바란다] 장기적 지원체제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해야
  • 김하석 서울대 대학원장·화학
  • 승인 2009.03.02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부조직이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산하에서 각각 운영돼왔던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된 업무를 통합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고자하는 의도로 설립 추진 중이다.
새로운 한국연구재단이 명실상부한 학술과 연구개발 지원기관이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연구재단의 역할이 학술 연구진흥에 따른 연구비의 지원이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체제와 탁월한 연구성과를 통해 기초연구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바람직한 재단의 구조는 인문사회 연구본부, 자연과학 연구본부 I(생명과학을 제외한 분야), II(주로 생명과학분야), 융합연구단 및 국제협력단이라고 본다.

특히 융합연구단은 연구분야가 복합적으로 돼가는 현 추세에서 그 필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추격형이거나 무임승차를 통한 지식의 산출시대에서는 타분야와 협력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독자적 신지식의 생산이 필요하게 된 요즘은 이런 학문 간 융합이 더욱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재단의 연구비 지원 방향은 상향식(bottom-up) 기초연구 지원제도가 바람직하다. 일본에서 시행한 가장 좋은 지원체제가 1980년대 후반 소규모의 연구자 자유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 결실이 20여년이 지난 요즘에 노벨과학상의 수상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시화 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분야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학술연구의 지원에서도 그런 차이가 분명하게 반영돼야 한다.

넷째,OECD 통계에 의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액이 우리나라는 학생 일인당 7,068달러로 OECD 평균 11,100달러의 64%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연구인력의 70%이상이 대학에 있는 현실을 감안해 대학에 대한 지원확대로 기존 연구인력의 활용과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사회에 환원할 역할을 하는 우수한 연구인력 양성을 할수 있다.

다섯째,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산출이 기술혁신의 원천을 제공하고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해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적이나 문화적인 국가경쟁력 제고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허나 기초연구의 성과는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은 꾸준하고 장기적인 지원체제를 필요로 한다. 연구재단은 장기적인 지원체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업성격에 따라 3~5년 단위의 장기 지원제도나 일본과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바와 비슷한 주기적인 평가과정이 있는 교실비 개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연구비사용과 운영의 규제를 과감히 정리해 지원 시스템의 국제화를 이뤄야한다. 현행 연구비 집행은 연구의 목표나 내용, scope에는 무관하게 예산규모, 내역 및 기간 등이 너무 획일적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제약과 불편감이 많았다.

따라서 내용과 중요성에 따라 연구자의 필요를 인정하는 융통성과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새로 부임하는 우수한 젊은 교수의 연구 정착금은 특히 기초과학분야에서 요구되는 필수 사항이다. 이들이 뿌리를 내리고 연구에 전념하도록 이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기자재 구입을 지원하는 사업이 다시 재개되기를 바란다.

결론적으로 단순한 기능의 통합을 넘어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선진화된 연구지원 전문기관이 됐으면 하고 바라며, 이렇게 될 때 새롭게 태어나는 연구지원기관은 대학 및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하석 서울대 대학원장·화학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이학박사를 받았다. 한국전기화학회 회장, 서울대 기초과학 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분석화학』 등의 저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