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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은‘뉴딜’정책인가 ]14조원을 4년 동안 투입하면 누가 혜택 받을까
[4대강 정비사업은‘뉴딜’정책인가 ]14조원을 4년 동안 투입하면 누가 혜택 받을까
  •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공학
  • 승인 2008.12.3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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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4.1조 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2006년에 정부는 4대강을 포함하는 국가하천은 정비가 이미 97.3%가 달성돼 하천정비는 거의 다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또 무슨 하천정비인가.
애초에는 14.1조 원으로 4년 안에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했다가 이제는 똑같은 14.1조 원의 예산으로 같은 기간 동안 하천 정비를 하겠다고 하니, 이 사업이 단지 건설업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사업이 아닌지 국민들은 의심스러워한다.

하천정비를 ‘물을 깨끗이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는데, 물은 하도를 깊이 파고 둑을 높이 쌓고 바닥의 모래를 치운다고 맑아지는 것이 아니다. 윗물을 맑게 해야 아랫물이 맑아진다. 우리나라 강의 윗물은 거의 다 시골 마을의 도랑들이다. 마을의 도랑들은 지금 대개 쓰레기를 태우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해 있다. 한번 홍수가 나면 댐마다 가득 쌓이는 쓰레기들이 이를 여지없이 증명한다. 마을의 도랑들을 살려야 강물이 살아난다. 한 마을에 천만원씩만 돈을 쓰면 도랑들은 너끈하게 살릴 수 있고 10만개의 마을이면 전부 1조원 밖에 들지 않는다.

홍수도 본류가 넘쳐서 홍수피해가 난 예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모두가 산사태며 계곡과 도랑이 넘친 것이며 물길을 바꾸거나 막았다가 터진 것들이다. 이곳도 산사태가 나지 않도록 마을을 보호하는 공사를 해야지, 강 하류에 댐을 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처럼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는 나라이지만 홍수 피해가 우리만큼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마을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산사태 방지공사를 하는 등 예방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85% 이상의 예산을 홍수 예방에 쓰는데 비해 우리는 67%의 예산을 홍수 복구비에 쓴다.

즉, 홍수 방지도 본류의 하천정비가 아니라 상류의 마을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산사태 방지 사업을 벌이고 빗물저장시설도 만들어 마을에 물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홍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

하천정비 일자리는 4년 후에 공사가 끝나면 모조리 없어지는 일자리이다. 2007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취업계수 자료에 의하면 건설업은 10억원을 투자해도 일자리가 8.7개 밖에 만들어지지 않아 전산업 10.4~14.9개, 보건복지 13.8개, 문화 14.2개, 교육 19.3개 보다도 훨씬 일자리 창출효과가 떨어진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매년 150억 달러를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재생에너지 같은 사업이야말로 확실한 국가의 장래대책이 되고 고급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 지도를 바꾸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 새만금에 세운 예산이 10여 년에 걸쳐 1조2천억원이다. 그러니 14.1조를 4년동안 강에다 쏟아 부으면 도대체 강을 얼마나 파헤치고 또 얼마나 많은 콘크리트를 쳐야 하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얼마 전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말한 것처럼 정말 ‘전국토가 공사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이 사업이 운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이유는 하천정비의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의 내용들이 운하의 수로와 제방, 화물 터미널로 충분히 탈바꿈을 할 수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공학

아시아태평양환경회의 사무총장 등을 지냈고, 『새천년 환경위기와 생존대안』 등의 저서가 있다. 텍사스대(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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