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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교수임용의 새로운 발상
[딸깍발이] 교수임용의 새로운 발상
  • 서장원 편집기획위원 / 고려대·독어독문학
  • 승인 2008.12.2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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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주니어 프로페서 제도가 있다. 옥스퍼드 대에는 서빌리언 프로페서가 있고, 캠브리지대에는 루카시언 프로페서가 있다. 서빌리언과 루카시언 프로페서는 일종의 시니어 프로페서에 속한다. 주니어 프로페서는 각각의 대학에 자기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인원이 교수로 임용되는 제도이지만 시니어 프로페서는 특출한 한 두 명의 저명한 학자에게 교수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일종의 석좌교수제도이다. 영국의 경우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헤일이나 스티븐 호킹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이러한 교수임용 제도를 보며 유럽의 학문전통과 이에 따른 교수 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주니어 프로페서는 박사학위 소지자 중 학위 논문이 뛰어난 자를 교수로 임용하는 제도이다.
뛰어난 논문이란 단지 자신의 지도 교수나 논문심사자들에게서 받은 성적만으로 국한 되지는 않는다. 통과한 논문이 저명한 출판사 등에 의해 저작으로서 출판 되는 등 사회적인 평판과 인정을 받아야만 된다.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중요한 요건은 논문의 독창성과 우수성이다. 

주니어 프로페서의 임용기간은 3년이다. 임용된 자는 교수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지닌다. 대개 30개월쯤 경과했을 때 학문적인 업적평가를 받고, 인정되면 3년간 임용기간이 더 연장된다. 임용연장에 실패한 교수에겐 직업 전환의 기회를 주기위해 1년의 기간을 더 연장해 준다.

임용 연장된 교수는 총 6년의 기간 안에 교수자격논문을 작성한다. 교수자격 논문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과는 주제가 다른 것이 전제조건이고 동시에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해야만 한다. 이렇게 단계별로 평가와 심사를 거쳐서 올라온 자가 곧 교수 응모자격을 갖춘 자다.

통과된 교수자격논문을 기반으로 학자들은 교수초빙에 응모하게 된다. 출신 학교가 아닌 타교에 초빙된 자 만이 정교수가 될 수 있다. 이때 출신 학교란 교수자격논문을 통과시킨 학교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교수가 정년퇴직을 하면 일반 회사의 직원처럼 단순한 퇴직자지만 독일의 정교수는 평생 교수로서의 명칭을 지니고 산다. 평생 교수란 정년퇴직 이후 강의를 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강의를 개설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제도를 보며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우리도 한 번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면 박사학위 소지자 중 우수한 자가 주니어 프로페서가 될 것이다. 강사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정말로 교수가 되고 싶은 자는 완전히 다른 주제로 교수자격 논문을 선정해야 될 것이다. 인문학의 경우 외국어로 박사 논문을 작성했으면 한글로 교수자격 논문을 써야 되고, 한글로 쓴 학자는 당연히 외국어로 해야 될 것이다. 논문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세인의 인정을 받으려면 출판 등의 경로를 통해 공개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면 매년 100여명의 신규 교수 인원이 필요하다면 100여권의 독창적이고도 우수한 미개척 분야의 새로운 저술이 출판될 것이다.

이러한 꿈이 우리에게 현실로 성사 된다면 사람이 교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제도가 교수를 임용하는 그러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학문하고 싶은 사람이 공부하고, 공부하는 사람은 뛰어난 학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공부하는 사람에게 희망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다. 공부하는 사람은 젊은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니어 프로페서 제도도 한 번 생각해 볼만하다. 평생 연구에 전념한 학자가 정년에 즈음해 학문적인 일생일대의 대작을 냈다면 그러한 분들을 종신직 교수로 임명하는 그러한 제도 말이다.

그러한 제도가 있다면 학문적인 발전은 물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보전하는 윤리적 측면도 있지 않을까. 꿈은 단지 꿈 일수 있지만, 해몽만 잘 해본다면 조금이라도 이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서장원 편집기획위원 / 고려대·독어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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