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1:10 (월)
일거삼득 효과 있는 공공 사회서비스에 재정지출 늘여라
일거삼득 효과 있는 공공 사회서비스에 재정지출 늘여라
  • 교수신문
  • 승인 2008.12.23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의 ‘뉴딜’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정부는 감세에 의한 소비ㆍ투자 촉진과 SOC 투자 확대로 경제위기에 대처하려 한다. 지난달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지방 SOC 확충 등에 4조6천억원의 예산을 증액한 반면 저소득층 복지 지원은 1조원을 늘리는데 그쳤다. 정부는 SOC 투자에 주력하는 근거를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는 데 둔다. 4대강 정비사업도 신규취업 19만명 창출 및 23조원의 생산유발효과 발생 등 한국판 녹색뉴딜 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SOC 투자 중심의 ‘뉴딜’은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어떤 ‘뉴딜’이어야 하는가.
첫째, 경제위기 피해자들의 구제에 기여해야 한다. 정리해고당한 실업노동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된 청년들, 농산물가격 하락의 피해를 입은 농민들, 매출 감소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자영업자들, 노후 대비 재산을 펀드에 넣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 

둘째, 고용 효과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회복 효과가 커야 한다.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에 의한 건설업보다 사회서비스 분야가 ‘일자리 만들기’ 효과가 훨씬 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추정한 2016년 취업계수(10억원어치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는  건설업(28.5명)보다 교육서비스업(56.1명)이나 사회복지사업(90.5명)이 월등하게 높다.  SOC 건설은 취로사업과 달리 중장비를 많이 동원하기 때문에 고용효과가 약하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용지 매입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고용유발효과가 더 낮아진다.

셋째, 장기적으로 복지국가 확립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도로나 문화시설 등은 이미 과잉인 부분이 있다. 일본도 1990년대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SOC투자를 2~3배나 많이 했지만 장기 경제침체와 막대한 재정적자만 겪었다. 한국의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은 2003년 현재 12.7%로, OECD 국가 평균 21.7%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뉴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대운하 사업 축소판으로 의심받는 ‘4대강 정비사업’ 예산 14조원은 통상적인 하천 재해예방 수준으로 대폭 삭감해야 한다. 대신 실업대책과 교육ㆍ보육ㆍ의료 등 서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회복지 분야에 지출을 집중적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주거보조금제와 최초실업자 및 자영업자 등에 대한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고, 고물 수집으로 생계를 잇다가 경기침체로 고물가격이 폭락해 곤경에 처한 빈곤노인들에 대한 긴급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공공 사회서비스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다. 경제위기 피해자를 돕고, 경기회복에 기여하면서 복지국가 확립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의 뉴딜정책도 SOC 투자가 아니라 사회복지 지출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대공황 이전 1927년 정부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7%에서 공황 이후 1933년에는 21.4%로 급증했다. 늘어난 정부예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령보험, 실업보험, 청년층 공공근로사업 등 구호사업에 투입됐다.
감세 철회와 증세, 재정적자 감수 사회복지 지출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증세해야 한다.

개인소득세를 현재GFDP 대비 3.4%에서 OECD 평균인 9.1% 수준으로,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을 2.1%에서 OECD 평균인 5.5%로 점차 늘려야 한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24일 GNP 1%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음과 동시에 연간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자들의 소득세율 최고한도를 현행 40%에서 45%로 올렸다. 대규모 적자재정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균형재정을 운영해왔고, 국가채무도 GDP의 30%대로 선진국의 60%대에 비해 훨씬 낮아서 상당한 적자를 견딜 수 있다.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는 1933년 13억달러, 1934년 28억달러, 1935년 25억달러, 1936년 34억달러의 적자재정을 편성해서 사회복지지출을 늘렸다.

장상환 경상대·경제학

민교협 공동의장, 한국사회경제학회장,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