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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구도 선택이 분단 기득권 세력의 실용노선인가
대결구도 선택이 분단 기득권 세력의 실용노선인가
  •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 승인 2008.12.1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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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악화, 근본원인을 따진다

이명박 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천명하고, 과거 정권의 6·15 및 10·4공동선언을 비판하면서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관계악화 수준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관광객의 피살사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설, 대북전단지 살포 등 돌발적인 상황들이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현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남북관계의 구조적인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금단의 지역이었던 금강산에서 휴가를 즐기고, 분단의 증거였던 비무장지대 옆에 남북이 공단을 세워 같이 운영했다.

해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혁명의 수도’인 평양을 다녀왔고, 많은 이산가족들이 상봉의 감격을 경험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남북은 수백만의 사상자를 냈던 전쟁까지 치루면서 반세기 이상 ‘불구대천지 원수’로 지내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만들어진 환경에 익숙하고, 심지어 이익을 보아왔던 남북의 분단 기득권 세력은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이라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그들의 힘은 남과 북에서 막강하고, 남북의 주민들 대다수도 대결과 적대적인 구조에 길들여져 있다.

관광객 피살사건, 개성공단 위기 등 남북 간에 사건이 생기면 사람들은 북한의 의도를 궁금해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북한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멈추고, ‘제대로 된’ 정책을 취할지 물어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권력을 갖고 있는 ‘정치가’인 북한 지도층의 최대 관심은 체제 보존 아니 권력 유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수많은 북한의 인민이 굶어 죽는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손상시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것이 북한의 명백한 현실이다.

 
미국이 북한 핵을 견딜 수 없다면 북한 지도층이 원하는 권력을 보장하고, 물질로 해결하는 것이 전쟁이나 지루한 봉쇄정책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실용’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미국의 일부 집단이 동아시아에서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북한과 같은 ‘악동’이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한 기득권층의 하나인 군부도 주력부대의 거점이었던 개성공단지역을, 핵심 군항이었던 장전항을 내주었던 것이 좋았을 리가 없고, 다시 되찾고 싶을 것이다. 화해협력에 따른 남한 문물의 유입으로 권력유지에 위기감을 느낀지도부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북한이 ‘금쪽’같은 영역을 내주었던 것은 정말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고, 남북관계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남한이 밀어붙였기 때문이고, 남한의 정권이 자신들을 밀어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최소한의 기대에서였다.

남한의 정부가 북한의 변화, 지도부의 교체를 지향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북한 기득권층은 ‘보호본능’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힘은 좀 들지만 기존의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는 과거식 대결구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왜 그럴까. 북한이 관광이나 공단으로 위협을 느꼈다면 소위 보수주의자들은 가장 반겨야할 상황이 아닌가.

실용정부가 대북문제에서 이념과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남북관계 악화가 더욱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라면 현재의 대북정책도 지극히 ‘실용’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북한의 사상과 역사인식』등의 저서가 있으며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민주평통문화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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