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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대학
[딸깍발이]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대학
  • 김도진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재료공학
  • 승인 2008.11.04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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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간의 산업화 덕에 이제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나들며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 이러한 기술적, 경제적 변화는 우리들의 생활을 향상시켰고 생각도 변화시켰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그 변화가 無常해 시대사상을 정의하기조차 어려워졌고, 온갖 상충하는 가치들이 혼재하는 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다양성의 사회로 진입했다.

다양성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絶對善을 찾기가 어려울 듯하다. 단적으로, 인터넷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 날아다니는 리플들이 일치된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주위 사람들에게 ‘돈’의 가치를 묻는다면? 돈! 그것을 맛본 사람은 뿌리치기 어려운 절대선에 다가선 가치가 아닐까.
변화에 가장 둔감하다는 비난을 받는 대학이지만 돈의 위력은 대학 구석구석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학의 서열은 연구업적으로 매겨지는데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논문은 편수로 셀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서가 잘 통용되지 않는 우리 사회 구조에서 숫자화 되지 않는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는 시도는 요원해 보인다. 국내 논문이 인정받지 못하니 외국 논문 수가 중요해지고, 외국 논문은 숫자가 많은 SCI 논문이 주가 된다. 논문의 수를 늘리려면 돈이 많이 드는 이공계 연구가 활성화돼야 하고, 결국 돈이 있어야 대학 서열은 올라간다.

기초학문을 외치다보면 낭만적 상아탑 회상에 젖어 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치부되고, 정부, 산업 자금에 줄을 대며 전략을 짜고 동분서주 하는 사람은 대학에서 선호하는 필요한 교수다. 그래서 돈 벌어오는 교수, 논문을 많이 쓰는 교수가 스카우트의 대상이 된다. 교수는 연구비 수주와 논문 쓰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마트한 학생을 리쿠르트하길 원하는데…….

학생도 뒤질 수 없다. 돈 벌러 대학에 왔다. 학생들의 학과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학과의 서열은 졸업 후 많은 돈을 쉽게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느냐가 기준인데 IMF 이후, 특히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최상위는 전국의 의과대학 끼리 순서를 매기고, 사범대와 교육대학 士氣가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미 물 건너간 화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젊은이들을 부러워할지언정 나무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걱정이다.

성형외과를 제일로 지망하는 히포크라테스에게 내 생명을 의탁해야 하고, 65살 안정된 정년을 꿈꾸며 졸업하는 페스탈로치에게 내 자식교육을 부탁해야 한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 돈 안 되는 기초학문이나, 어려워 보이는 과학기술을 연마하는 학생은 우골탑에서 점점 사라져간다.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 그 자리를 메워준다. 과거 우리가 외국에 가서 채워 주었듯이.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들에게 영주권을 주어 유인하며 지식을 얻어 써야 할지 모른다. 달라이라마는 幸福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했다.

방글라데시는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는데 경제적 풍요를 비롯해서 교양, 과학기술, 예술적 고양 등 그 어떤 고상한 문화적 善들이 그 이유는 아닌듯하다. 그런데 2만 불 소득에 묻어 온 생각과 방식의 단편들이 방글라데시의 그것과 달라도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다. 안정된 직장과 돈을 보장하는 좋은 대학이 행복의 시작이다. 외화보유고가 더 늘고, 올림픽 금메달이 더 많아지고, 내 통장 잔고가 팍팍 늘어줘야 행복해지겠다.

우리는 非可逆 행로를 걷는다. 이제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행복을 향해 갈 수 없다. 방글라데시 반대편을 향해 그곳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기를 바라면서 질주한다. 지금 여기서, 인문학이여, 그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서 일어나 가는 길을 비추어야 하지 않나!

 

김도진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재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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