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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_ 대통령에게 보내는 학계의 苦言(끝)]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
[특별기고_ 대통령에게 보내는 학계의 苦言(끝)]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
  • 전태국 / 강원대·사회학과
  • 승인 2008.07.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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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쁨을 처음으로 맛본 시민들이 몇 달 되지 않아 자신이 뽑은 새 대통령에 실망과 분노를 터뜨리는 경우가 세계에 또 있을까. 시민들의 분노는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 단초는 정부의 무능이었다. 애써서 맺은 국가 간의 협약문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왜곡하고 견강부회해 거짓말을 국민에게 공표하는 정부는 한반도 5천년의 역사에서 처음일 것이다.

여기에 시민의 정서적 반감도 분노의 토양을 이룬다. 부동산 투기꾼과 논문 표절자들로 내각과 비서진 등 권력심장부를 구성한 것에 국민이 무덤덤하게 별반응이 없었다면 오히려 큰 ‘사회병리’라 할 것이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간파한 비극적 상황이 수십 년 후 한국사회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전에는 ‘약탈도덕’(Raubmoral)이 오직 한계상황에서만 특정한 지배집단에게서만 인정됐는데 비해,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이러한 약탈요소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전체 사회의 ‘공적 지혜’로 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성실한 노동으로 살아온 삶을 하루아침에 무능력으로 치부하는 ‘약탈’이 사회적 도덕의 일반적 근본원칙으로 되고, 노동윤리와 성취경쟁의 과실을 메말라버리게 하는 것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현재의 갈등상황은 정부가 부채질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도대체 정부는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라도 갖고 있는가. 어떤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인가. 정부는 촛불시위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탓하는 데에만 몰두할 뿐, 5년 임기 동안에 국민의 삶의 형식과 내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향상시키겠다는 약속도 전망도 과문한 탓인지 들어보지 못했다.

촛불집회는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아메리카의 사회학자 쿨리(Charles Horton Cooley)는 지난 세기의 여명에 커뮤니케이션의 혁명과 민주주의의 발흥 사이의 중요한 연관을 인식했다. 민주주의의 증진은 형식적 헌법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대의 문제에 관해 의식을 갖고 표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조건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디지털 혁명의 선봉에 달리고 있다. 촛불시위는 우리 사회에 탈중앙화된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창출됐으며, 이에 정부의 정보통제도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지난 세기의 중앙화된, 제한된 채널의 매스미디어 체계가 이제 多채널 체계에 길을 내주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이러한 변화가 시민의 정치참여의 확대와 연결되고 있음을 촛불시위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대한 통찰에 기초해야 한다.  

전태국 / 강원대·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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