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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학문적 신념과 삶의 목표
[學而思] 학문적 신념과 삶의 목표
  • 류한호/광주대·신문방송학
  • 승인 2008.06.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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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내 신념이다. 민주주의는 내 삶과 학문과 교육의 목표다.
내 전공인 언론의 각 영역에서 진전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교육활동에서도 민주주의를 그 내용과 형식으로 삼으며, 일상적인 삶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필자는 학문의 경계 넘기와 수평적 교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필자 전공인 커뮤니케이션의 성격 탓일 듯하다. 커뮤니케이션은 신문방송학뿐만 아니라 사회학·정치학·경영학·행정학·교육학·문화인류학·심리학 등 분야에서도 주요한 주제다.

커뮤니케이션학은 모든 학문의 교차로라고 일컬어진다. 포괄적·종합적 학문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젊어서부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학의 성격을 인지하고 다양한 학문분야에 관심을 갖고 두루 문헌을 섭렵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내 학문의 토대요, 따라서 모든 것을 읽어낸다는 가당치도 않은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했다.

중심은 신문방송학에 뒀지만, 정치학·사회학·역사학·경제학·언어학 등 분야의 문헌도 폭넓게 읽었다. 연구 중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학문을 선택한 것에 많은 회의를 품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가닥을 잡기도 어려웠고, 노력 대비 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낮았다. 그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대화와 토론은 내 학문의 주요 방법론이었다. 내가 학문적 수련을 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는 이른바 ‘성균학파’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한 학문적 경향을 띄었다.

이 경향은 대학원생들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집단적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한 1980년부터 시작됐다. 1981년 필자가 진보적인 비판적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의 석사학위논문을 발표한 이래, 동일한 경향의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비판적 커뮤니케이션은 서울대 등 다른 대학으로 확산됐으며, 학문에서의 진보-보수 갈등의 한 축이 됐다.

성균학파는 대화와 토론을 근간으로 발전했다. 대학원생 자체 세미나가 활발했다. 다른 분야 전공자들과 집단을 만들어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균학파는 좋은 환경 속에서 안정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장을병, 방정배, 김지운 교수 등은 학파의 든든한 후원자요 지도자였다. 다른 학교들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학문적 갈등이 비생산적으로 진행됐던 데 비해 좋은 환경이었다.

그 후 미국식 커뮤니케이션학과 신자유주의 물결이 언론학계를 지배하면서 성균학파의 존재가 희미해져버린 것은 안타깝다.
학문은 갈수록 전문화·분파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 경향은 폭넓은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털어내기 위해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서 서로 다른 학문분야 사이의 교섭을 지향하는 학제적(interdisciplinary) 접근이 더욱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필자는 지역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탐구하는 것을 주요 활동목표로 삼고 있는 학회에 관여하고 있다. 한국지역사회학회와 전남사회연구회가 그것이다. 많은 학회들 중에서 필자가 가장 많은 애정을 쏟는 대상이요, 재미를 느끼는 원천이다. 이 학회들은 1980년대 중반 한국사회 민주화에 관심을 둔 지역의 학자들이 구성했으며, 사회과학·인문학·예술·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과 사람들의 삶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그 개선을 위한 학문적·실천적 접근이 회원들의 공통분모다.

이 학회는 상당히 많은 토론회를 연다. 토론자나 방청객의 전문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에 대해 다른 분야에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고, 문제에 대한 다른 접근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토론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자기 학문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 학자와 공동연구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학문간 통섭의 재미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학회의 관심은 2000년 이전에는 민주화 문제에, 그 이후에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한국사회의 선진화 문제에 쏠리고 있다. 주된 관점은 강자와 약자 사이의 균형과 질적 발전이며, 민주주의 실현이다. 전공은 다양하지만 학문적 관심과 의식을 공유하는 학자들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섭이 이루어지는 학회와 내 삶의 목표인 민주주의는 심층적 교섭을 계속할 것이다.

 

류한호/광주대·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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