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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_ 대통령에게 보내는 학계의 苦言②]국민이 원하는 리더십
[ 특별기고_ 대통령에게 보내는 학계의 苦言②]국민이 원하는 리더십
  • 김형철 / 연세대·철학
  • 승인 2008.06.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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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으로부터 리더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리더십이 총체적 위기에 있다. 불과 몇 달 전 엄청난 지지 속에 당선된 대통령이 도대체 왜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됐는가.
고유가, 물가불안 등과 같은 외부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것에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과정에서처럼 정책적 실수에서도 또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을 때에만 극복이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충언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대통령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도 모자라 휴일까지 반납해가면서 부하직원들을 혹사시키는 것은 리더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구체적 사안 자체에 함몰돼 있으면, 이 나라는 선장없이 운항하는 배와 같다. 대통령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나눠 주는 사람이다. 누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적임자인지, 각 참모들에게 어떤 일을 나눠 줘야 하는 지를 고민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 리더는 부하들이 일을 잘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둘째, 대통령은 국민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의사랑을 받아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것처럼,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절대로 미움의 대상만큼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이 교만해지면 국민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 즉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도와주면 국민은 절대로 대통령을 미워하지 않는다.

셋째, 대통령은 질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창조성을 발견하고 집행하는 첩경이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잘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가장 근본적이고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

넷째, 대통령은 나쁜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를 환대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의 나쁜 소식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 리더는 특히 힘없는 소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수가 큰 목소리로 하고 있는 생각은 굳이 듣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기가 쉽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통령은 자신감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여기저기서 무책임하게 툭툭 던지는 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신중하게 해야 하지만, 폐기하는 것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 자신감 없는 대통령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여섯째, 외양간을 고치는 최적의 시기가 소를 잃고 난 직후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라. 그리고 밝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국민과 함께 행진하는 멋진 대통령을 보고 싶다.

김형철 / 연세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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