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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동양사상에서 찾는 인류의 미래
[學而思] 동양사상에서 찾는 인류의 미래
  • 홍승표 / 계명대· 동양사회사상
  • 승인 2008.06.0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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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재주나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을 공자는 狂者라 했다. 필자는 바로 그런 사람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16년 전, 동양사상에서 비전을 본 후, 필자는 좀 별난 사회학자가 돼 외길 학문 인생을 걷게 됐다.

1989년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 초 강사생활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는 그저 평범한 사회학자였다. 동양사상과 필자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나도 주위 사람들도, 필자가 이런 학문의 길을 걸어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92년, 『노자』를 읽으면서부터였다.

당시 필자는 취직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마음이 위축돼 있었다. 뭔가 위안을 찾을까 하는 생각에서 노자를 손에 잡았다. 책을 읽으며, 예기치 못했던 감동을 느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때 그 감동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자가 필자에게 위안을 주고, 필자의 삶을 변화시켰던 것은 분명하다. 『노자』는 사회를 보는 눈에도 영향을 주었다.

노자가 말한 知止와 知足은 높은 곳을 향해 치닫는 현대적인 삶의 방식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또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현 세계에서, 유약에 대한 노자의 가르침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노자의 영향을 받으며, 동양사상 속에 새로운 문명을 열 수 있는 단서가 들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양사상을 공부해 가는 동안, 이런 생각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한문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경전을 읽으며 한문을 공부했다.
유학자 이갑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四書가 주는 감동을 느끼던 기억이 새롭다. 동양사상의 눈으로 인류의 미래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공부의 즐거움을 느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부했고, 공부는 기쁨을 주었다.

이렇게 공부해 나가면서, 뜻을 같이하는 도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고, 즐거움이었다. 10년이 넘도록, 우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대구교대 정재걸 교수 연구실에서 만나고 있다. 『주역』, 『논어』, 『노자』, 『장자』, 『화엄경』, 『성유식론』 등 경전을 함께 읽으며, 열띤 토론을 나눈다.
공부하며 참 행복하고, 많이 웃는다. 우리가 함께했던 흥미롭고 열정적인 공부는 내 학문을 세우는 기반이 됐다. 1997년, 전남대 최석만 교수를 비롯해 전국의 동지들이 모여 ‘동양사회사상학회’를 결성했다. 여남은 명에 불과한 무명 서생들의 모임이었지만, 의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우리는 도탄에 빠진 이 시대를 구하겠다는 서원을 했다. 학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학회는 늘 내 학문 활동의 울타리가 돼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정겨운 얼굴들이, 그들과 함께 했던 많은 추억이 뇌리를 스친다. 10년 공부 끝에, 마침내 새로운 사회학 선언이라 할 수 있는 『깨달음의 사회학』(예문서원, 2002년)을 출판할 수 있었다.

깨달음의 사회학은 현대사회 비판과 탈현대사회의 비전을 담고 있다.
논의의 준거는 동양사상을 제련한 통일체적 세계관이다. 내 학문의 목표는 깨달음의 사회학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3년에 『존재의 아름다움』, 2005년에 『동양사상과 탈현대』, 2007년에 『노인혁명』을 출판했다. 그리고 지금 『동양사상과 새로운 유토피아』와 『동양사상과 탈현대적 삶』을 집필하고 있다. 동양사상의 눈으로 보면, 이 시대는 새로운 문명 탄생을 위해 격심한 산통을 겪고 있다.

현 문명은 대 파국과 새로운 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인문학자에게 부여된 역사의 소명은 무엇인가. 축적된 문명에 대한 불만의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분출시킬 수 있는 길을 찾는 작업에 매진하

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인류가 지향해나갈 새로운 삶과 문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다. 동양사상은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더없이 풍요한 광산이다.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함께 땀 흘리는 광부가  될 때, 인류는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아름다운 문명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다

홍승표 / 계명대· 동양사회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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