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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열정]대학도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비전과 열정]대학도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08.04.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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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출근해서 책을 보다가 9시가 가까이 될 무렵이면 습관처럼 창문에 서서 교문을 바라보곤 한다. 새봄의 눈부신 햇살아래 밝은 얼굴로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뭘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더 늘어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은 늘 내게 아침을 깨워주는 한 잔의 커피와도 같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내가 해온 일이 무엇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의 실타래가 풀려나간다. 

오늘날 대학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 대학들도 각기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고, 또 그사이 많은 성과들이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폭 또한 넓어지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큰 물살과 바람을 동력 삼아 더 큰 대양으로 나갈 수 있겠지만, 만약 매몰된다면 한낱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틀란티스’로 남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지난 1954년 개교 이래 우리 한국외국어대는 10만여 졸업생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연구역량 및 사회공헌의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이룩한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기엔 세상의 흐름이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는 21세기의 모습을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대학’으로 그리고 있다. 그간 선배 총장님들을 비롯한 교수, 직원, 학생들의 많은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들을 이뤄왔고, 나 역시 취임이래로 대학의 구성원들과 함께 이를 이어가려는 혼신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와 조선일보 NCSI(국가고객만족도 조사)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반가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온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다. 총장으로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하나의 ‘Melting Pot’에 녹여내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 모두가 ‘우리’라는 모습으로 하나로 뭉쳤고,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말처럼 어려움 이후 우리 대학은 더욱 더 강력하고 큰 동력을 얻게 됐다. 여기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연구에 몰두하시는 교수님들, 그리고 헌신적으로 학사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직원분들의 땀이 스며들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다시 한 번 그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여러 가지 제도적 틀 속에서 그 역량을 다 발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유도하기 위한 액션플랜으로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규제를 줄이고 해당 분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취지와도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경우에는 자율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거나, 교육과정을 학교 및 학과의 취지에 맞게 조정할 수도 있다. 아울러 산업교육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수익사업의 측면에서 다양한 사업을 실현할 수 있어 학교의 연구역량 강화와 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에 재정적인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학에 재량영역이 많이 늘어난 만큼, 사회적인 평가 역시 더욱 엄격해지리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핑계를 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마냥 좋은 기분에 들떠 있을 수만은 없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치밀함과 이를 단계적으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외대 역시 이러한 자율화 계획에 맞춰 보다 탄력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대학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도출되고 있으며, 계획의 점검 및 시행을 통해 빨리 21세기의 글로벌 학문중심지로 우리 대학을 키우고 싶다는 조바심 비슷한 욕심이 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이러한 자유경쟁의 시대에 우리 대학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도 기업식의 효과적 효율성 분석에 따른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가는 계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대학을 운영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더욱 늘어났고 이에 따라 많은 재원 역시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에게는 양적인 측면에서의 능력을 키워야 함과 동시에 주어진 재원의 범위 내에서 이를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헤쳐왔던 경영환경과 그리 다르지 않다. 따라서 대학 역시 기업들처럼 양적으로는 수익사업의 확대와 함께 질적으로는 MBO제도 등과 같은 효율적 경영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어언 8년이 흘러버렸다. 그간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나름대로 열정과 비전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늘 가슴에 새겨두고 꺼내어 보는 글귀가 있다.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가 이야기 한 “땀이 혈통을 만든다.”이다. 그간 선배들이 이루어 온 외대의 전통과 명성을 후대에까지 하나의 혈통으로 이어주기 위해서는 오늘도 역시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할 같다.   

■‘비전과 열정’은 이번 호부터 격주로 싣는 ‘대학 총장 칼럼’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의 한국 대학 총장의 비전과 열정·고뇌를 엿봄으로써, 대학의 지향점을 함께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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