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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대통령 취임식을 보며
[딸깍발이]대통령 취임식을 보며
  • 배영자/ 편집기획위원·건국대
  • 승인 2008.03.03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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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취임식과 함께 정식으로 출범했다.
대통령 취임식은 특정 개인이 대통령 권한을 공식적으로 부여받는 자리이자 동시에 평화로운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지속성을 상징하는 국민적 행사이다. 미국은 연방 설립 초기부터 정치적 분열과 이로 인한 상처들을 치유하는 이른바 국가 통합을 위한 행사로 대통령 취임식을 활용해 왔다.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다양한 인종, 종교, 소득으로 나뉜 미국인들은 자신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구성원임을 확인하며 동질감을 회복한다.
실제로 미국 유학기간 중 동료 대학원생들이 자기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이 이제는 모두의 대통령이며 그를 존중해야 함을 받아들이면서 라디오로 대통령 취임사를 경청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취임식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 및 사회통합과 리더십의 경건한 새 출발을 상징하는 국민적 행사로 자리 잡아가기를 희망하면서 취임식을 지켜보았다.
대통령 취임식의 꽃은 취임사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취임사 가운데 조지 워싱턴, 링컨, 루즈벨트, 케네디 취임사 등이 명문으로 꼽힌다.
미국정치외교와 관련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그들의 취임사를 읽으며 당시의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시도해보기도 했다.

후대에 남는 취임사들의 특징은 그다지 길거나 어렵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시대정신을 잘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불행히도 아직 한국정치 강의 어디에서도 한국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학생들과 함께 읽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이번 대통령의 취임사는 후대에 어떻게 읽혀 질려나.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 냈다.
대통령은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꼽으면서 대한민국 선진화는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공교육 정상화를 중심내용으로 하는 교육개혁과 대학 자율화 및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새 정부가 교육문제에 대해 상당히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돼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취임사 전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선진화 과제가 이외에도 정부개혁, 기업역량강화, 일자리창출, 노사화합, 시장개방, 여성·장애인·노인을 배려한 능동적 복지, 과학기술발전, 주거생활개선, 환경보전, 문화창달, 한미동맹강화, 글로벌외교, 남북통일 등으로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순간 새 정부가 정말 교육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런 엄청난 과제들을 과연 얼마만큼 내실 있게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용정부 스스로가 제시한 산적한 과제들과 넘쳐나는 의욕,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 정부의 출발인 신임각료 인선에서부터 삐걱거리는 현실 정치를 보면서 우리가 진정한 실용의 시대로 가고 있는지, 혹시 실용이라는 ‘이념’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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