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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연구원 인건비나 걱정하는 대학원이라면
[딸깍발이]연구원 인건비나 걱정하는 대학원이라면
  • 김형순/ 편집기획위원·인하대
  • 승인 2008.02.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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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기술관련 여러 단체는 과학기술부의 통폐합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새 정부에 과학기술 집중지원과 효과적인 육성을 요구했다.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직면하고 있는 고급인력 양성에 대한 지속성 있는 제도가 아쉽다. 대학의 연구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요즈음 연구와 관련해 우리 주위에 수많은 산업기술 로드맵이 판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청사진의 연구를 이루기 위해서는 누가 기초연구를 하는가.

국가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학부생 배출보다는 대학원생의 이공계 고급인력을 어떻게 배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는 학생을 대학원으로 어렵게 유치했을 때 교수는 그들에 대한 미래와 경제적 지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애국심에서 연구하라고는 할 수 없다. 이공계 교수에게 연구원 없는 연구는 생각할 수 없으며 연구비 없는 연구는 불가능하다.

정부로부터 대학원생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과학기술부의 창의연구단, 연구센터, 국가지정연구실, 교육인적자원부의 중점연구소, BK21사업, 산업자원부의 최우수실험실사업 등으로 몇 십 개 대학원의 전공으로 제한되고 있고 내부 대학원으로 부터 장학금을 지원받는 것도 극히 일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이 연구실 단위로 교수가 과제를 찾아 대학원생의 등록금 및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것 역시 잘 나가고 있는 일부의 대학원 연구실에 국한된 이야기다. 소문난 잔치 집에 먹을 것 없다고, 정부지원으로 가장 많이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BK21사업의 경우에도, 실제로 모든 대학원생에게 지원할 수 없고 해당 학부 대학원생의 70%만 혜택을 본다.

사립대의 경우, 위 사업으로 학생의 등록금을 모두 감당하기엔 어림도 없다. 근자에 학생들이 이공계학문을 기피하고 더욱이 대학원진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해도 교수는 그저 연구실 합류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니 해당교수는 학생들에게 인건비와 등록금뿐만 아니라 취업도 보장해 줘야 하는 책무를 갖는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산업체는 대학에 적극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교수들은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서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에 과제를 신청하면 “老軀를 끌고 어떻게 이곳(심사장소)에 오셨습니까”,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어야지 어떻게 老교수가 이런 과제에 신청을 하느냐” 등의 질문을 받는다고 50대의 동료 교수가 푸념을 털어 놓았다.

즉, 교수의 나이가 들면 연구비 지원이 어렵다는 단면을 보여 주는 우리의 슬픈 현실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학술진흥재단 지원과제 중 이공계분야의 과제선정율이 약 20% 라는 것을 고려할 때 정부 지원과제의 연구는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요즈음 교수에게 연구보다는 어떻게 하면 대학원생을 유치하고 과제를 지원받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슈다.  ‘선택과 집중’, ‘글로벌화’ 등의 갖은 슬로건으로 교수들이 연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고 있다. 연구비는 실제로 연구생을 위한 인건비, 학회·세미나 및 출장 경비 등으로 인력양성을 위해 사용한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의 대학원에서 교육받은 고급인력이 산업체 및 연구소로 유입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설사 산업체가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극히 필요한 연구분야에만 국한된 최소한의 지원을 하고 있다. 회사입장에서는 이윤창출 측면에서  빠른 시간에 흑자를 만들어야 하니 후한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은 이해한다. “이공계대학은 산업체가 당장 필요한 연구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아일랜드 물리학자 피츠제럴드(G.F. FitzGerald, 1851~1901) 의 말을 소개하고 싶다 “만약 무용한 연구를 대학이 안한다면 누가 그런 연구를 하나?” 정부는 현재 당장 필요한 지식의 창출에 급급한 대학원이 아닌 10년, 아니 100년을 내다보며 원천과학기술을 만들어 내는 대학원이 되도록, 꾸준히 고급인력 양성을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줘야 한다.

김형순/ 편집기획위원·인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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