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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가짜학위 논란의 핵심
[대학정론]가짜학위 논란의 핵심
  • 김기석 / 논설위원·서울대
  • 승인 2007.09.03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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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을 견디기 어려운 폭염과 함께 생각 있는 시민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이 가짜박사 가짜학력 파동이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유명세만큼 배신감이 준 상처는 컸다.
부정직한 변명과 해명이 고통을 가중시켰다. 남을 탓하고 학벌주의를 탓하였다. 남을 탓할 때 아주 가까운 실무자, 그들의 도움 없이는 유명해 질 수조차 없었던, 그러나 힘없는 사람에게 잘못을 돌렸다. 비열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과거 어느 인사 청문회에서 교수 출신 인사가 잘못된 행위를 학계 소위 관행, 심지어 조교에게 탓을 돌린 이래 너무나 익숙해진 남의 탓 돌리기이다. 문제의 핵심은 학벌주의나 실무자의 잘못이 아니다. 거짓말과 거짓 행위가 문제이며 당사자가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일부 행위는 범죄행위이므로 당국의 조사 후 잘못한 만큼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 남아 있다. 도덕적 비난과 처벌로 문제가 해결되었나? 이것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나? 대학은 피해자인가? 혹 ‘공동 정범’은 아닌가? 내부 점검과 반성이 필요하다.
몇 사례는 대학이 본연의 엄격한 학사운영을 방기하는 관행과 상당히 관계가 있다. 정규과정도 아닌 애매한 과정을 ‘최고’라는 수식어로 숨겨 놓고 학력 없어 속으로 고민하는 유명 인사를 유치하여 동창 자격을 주었다. 유명인사 유명세를 학연에 연결하여 학교 지명도를 높이려는 ‘영업행위’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학위 말고 대학이 ‘팔 수’ 있는 것이 타이틀이다.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는 학자에게 부여된 타이틀이 교수이다. 학문 탐구와 그 성과를 활용해 후진 양성하는 맛에 평생을 바쳐 사는 학자의 직이 교수다. 그러나 어느새 홍보나 영업이유로 일부 유명인사에게 이 타이틀을 나누어 주었다. 그 추세는 점점 늘어왔다. 본연 기능 외 부수기능을 위해 느슨하게 학사운영을 해온 것이다. 일부 인사에게 거짓말과 거짓 행위를 할 빌미를 대학이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자체로 통렬히 반성하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은 재발할 것이다.
대학의 자유를 말하면 늘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주로 언급하였다. 자유를 지탱하는 내부 원칙에 대해서도 주목할 때가 되었다.
교육과 연구에서 지적 엄격성은 대학 자유의 내적 조건이다. 대학을 대학답게 하는 조건이다. 이를 상실하면 학문의 전당으로 존재이유를 잃게 된다. 내적 조건의 상실 또한 대학의 자유를 안으로부터 위협당하는 요소이다. 안이 탄탄할 때 정치권력이나 시장이란 외부의 간섭과 침투로부터 당당히 맞서서 대학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다.

김기석 / 논설위원·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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