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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치며 이 길이 생존의 길이라고?"
"글로벌 외치며 이 길이 생존의 길이라고?"
  • 김형순
  • 승인 2007.07.3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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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처음 영어강의를 하고 난 소감

최근 불고 있는 대학의 글로벌 경쟁화 바람의 일환인지 전공영어강의가 개설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에서 자의 반, 타의 반의 심경으로 처음 두 과목을 맡았다. 대학원생과 학부학생을 각각 대상으로 하는 영어강좌라 대학에 다니는 딸에게 부탁하여 원어민강의 녹음한 것을 들어도 보고, 강의시간 전 영자신문도 크게 읽어보고, 출근길에 녹음테이프도 들었다. 또한 주말에는 긴장상태로 자신이 영어에 많이 노출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였다. 어쩌면 학생 위주로 강의내용을 개발하기보다는 내 자신이 유창한 영강(영어강의)을 하자고 노력한 것이 아닌가? 한 학기를 돌이켜 생각하니 여러 가지가 아쉬운 잔상으로 남는다.

    영강 몇 주 후에 학부학생들에게 반응을 물어 보았다. 설문지 결과를 분석하니 절대적으로 영한 혼합강의를 요구하였다. 영어를 잘하는 소수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강을 요구하였으나 영어가 부족한 많은 학생들이 한글과 영어공용을 요구하였다. 수강 신청한 학생들은 그 의도에 따라 네 분류로 본다. 첫째, 영어강의에 자신 있는 학생은 영강이 자신에게 유리함을 기대한다. 둘째, 영강을 통해 영어향상을 도모하는 학생들이 있다. 셋째, 영어에 관심은 없으나 절대평가로 좋은 평가학점을 기대하여 수강한 그룹이다. 넷째, 취업 상 과목내용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수강 신청한 학생들이다.

본인이 강의하는 학부과목의 성공적인 이행에는 단순히 수강학생들의 영어문제만이 관건이 아니고 선수과목의 수강여부, 영어교재의 부재 등도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이다. 미처 영강에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을 모아 놓고 언필칭 글로벌을 외치면서 이 길이 생존의 길이라고 영강을 하라니? 대학에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영어강의에 적응할 수 있는 초석을 구성원에게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학생 및 교수를 위해 영강 교수법, 영어 수강법 등의 단기강좌 또는 워크숍의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돌이켜보니 10년도 안 되는 외국에서의 대학원생활 후 귀국한지 약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리고 24시간 우리말에 노출된 상황에서, 일주일에 단 3시간 정도만 수업시간에 영어로 강의하는 나의 입장이 솔직히 부담이 된다. 독백이 아닌 형태로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우리말로 강의하듯이 유창하고 시원스럽게 전공강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전달할 수 있는 강의를 개발하는데 몰두하지 못하고 수강생의 영어수준, 수강생 전공과목의 선수과목과 연계, 과목특성 (영어교재) 등 여러 문제가 혼재되어 완성도 있는 영강이 못 되었다는 자책감에 버거운 심정이다.

강의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해온 나의 강의경력에 도전이 된 영강이란 새로운 강의형태에서도 나는 후배교수들에게도 뒤지지 않고 잘하고 싶다. 골프 클리닉 센터에서 자세교정을 받듯이 혀가 굳은 근육을 풀어 잘 굴릴 수 있는 발음 교정하는 센터를 찾아 봐야겠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을 영어로 멋있게 강의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꼭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은 강의노트도 준비하여 다음 새 학기를 기다려 본다. 

김형순 편집기획위원/ 인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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