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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다양하고 조화로운 교수법
[딸깍발이]다양하고 조화로운 교수법
  • 배영자 / 편집기획위원·건국대
  • 승인 2007.07.15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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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는 말은 대학에서 잊혀진 지 오래되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교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적이 많다.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면 간결하고 명료하게 대답해 주는 문제를 매우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지루하게 반복 설명하는 사람 정도일까?
대학에서 교수가 학생들에 대해 확실하게 권력행사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문이 성적을 주는 일이다. 하긴 요즘같이 학점 인플레가 심한 상황에서 성적을 교수 마음대로 주기도 쉽지는 않다.
기말 고사 이후 성적처리기간이 되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최선의 학점을 줄 것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성적을 줄 것인가 고민스럽다. 취직도 잘 안 되는 시기에 낮은 학점을 주었다가 학생들이 취업전선에서 불리해 질 것 같아 매번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나 학생들의 독서량, 수업태도, 답안지 등이 모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무작정 좋은 학점을 주어 학생들이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게 하고 싶지도 않다.
경험적으로 볼 때 최고 10%와 최하 10%를 골라내는 작업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나머지 80%를 엄밀하게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개인적으로 마련한 절충안은 최고 성적인 A+와 하위 성적인 C이하는 엄밀하게 주고 나머지는 상향평준화 하는 방법이다.
교육 현장에서 보면 똑같이 강의를 해도 학생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능력은 상당한 편차가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차이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이 의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얻기는 어렵다. 유전자, 가족관계, 부모의 양육방법, 부모의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학생 개인의 학습동기와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미 많은 차이를 가지고 대학에 들어온다. 학생들의 유전자나 가정환경을 교수가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신입생시절 눈에 띄지 않던 학생들이 발군의 실력을 쌓아 졸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대학생활 특히 교수가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이나 교수법이 차이를 좁히거나 벌릴 수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임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점수와 선택으로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들어 왔지만 자세히 보면 역량과 잠재력에서 매우 큰 차이를 지닌 학생들을 대하면서 교수로서 이들을 어떻게 다르게 준비시켜서 각자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자리로 찾아 갈 수 있게 도울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문제를 조금 단순화하면 예컨대 상위, 중위, 하위권 각 그룹의 학생들에게 각각 요구되는 교수법이나 지도방식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묻는 것과 비슷하다. 원칙은 어느 그룹도 다른 그룹 때문에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학생들은 더 높이 도달할 수 있게 자극하고, 능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은 좌절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더 뒤처지지 않게 끌고 가야한다. 필수과제와 도전과제를 나누어 부여하고 해당 강의에서 습득해야 하는 내용의 하한선을 정하여 학생들을 독려해 보지만 성과는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수 십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강의실 안에서 조차도 다양한 욕구들을 충족시키기가 이렇게 어렵건만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교육정책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내신중심 및 지역균형에 의한 대학신입생 선발제도와 글로벌 경쟁의 상징인 한미FTA가 동일한 정부에 중요한 정책으로 동시에 추진되는 부조화는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영자 / 편집기획위원·건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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