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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학제 연구의 4가지 조건
[과학칼럼]학제 연구의 4가지 조건
  • 최재동 / 한국학술진흥재단 복합학 단장
  • 승인 2007.07.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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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학문의 통합과 분화가 반복되어 왔고, 기존 학문 체계의 벽과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추세이다.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미래과학기술에 있어 미국과 캐나다는 NBIC(나노-바이오-정보-인지과학) 융합과학기술의 틀을 수년전에 제시하였고, 유럽공동체는 한발 더 나아가 미래예측의 틀로 NBIC와 인문학, 사회과학과의 의견수렴이 있어야 미래 과학기술 및 사회발전이 가능하다고 확장된 틀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학문은 서로 괴리되어 있어서 기존 학문의 틀 속에서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쉽지 않고 연구 접근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대학마다 연구자마다 학문 간에 벽 뛰어넘기를 시도하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의 학문과 대학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재편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학문과 학문 간, 학문과 현실 간의 경계를 허물어서 서로 가깝게 다가서는 노력과 작업에 있어서 학제 연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학제 연구에 대하여 한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제 연구에 대한 용어와 개념이다. 서로 상이한 학문분야의 결합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학제간, 학제적, 다학문, 간학문, 초학문, 융합학문, 복합학문, 통섭 등 그 의미는 엄밀히 다르나 혼용되고 있으며, 통상 쓰이는 학제간(學際間)하면 어쩐지 역전앞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개인적으로 학제 연구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학제 연구를 하나의 연구주제에 둘 이상의 학문분야가 관련된 연구라고 가정할 때, 국내에서 학제 연구가 실시된 역사가 일천하지만 유사 분야(소분류나 중분류간)의 결합 또는 상이 분야(대분류간)의 결합도 있을 수 있고,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개인연구에 있어서도 다양하게 나타나서 개념적 틀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학제 연구에 대한 지원과 심사이다. 자연의 질서나 법칙을 탐구하는 학문과 인간과 사회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과의 갈등해결 및 협력 분야, 미래의 인간 및 환경을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병렬적 수준의 통합이나 융합을 넘어서 새로운 분야의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발굴과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학제 연구에 대한 심사에서 효용성을 판단하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심사자가 중요하다. 국내외 학문 동향에 대한 해박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을 통찰할 수 있는 포괄적 시각을 구비한 심사자가 참여하여야 한다. 심사자와 더불어 중요한 요소가 심사시스템의 정립 및 운용이다. 학제 분야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문분류표에 없다. 기존의 패널에 끼어들어 심사를 받게 되므로 소외되거나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별도의 패널로 분리하여 심사하거나 가산점 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하여야 한다.
셋째, 학제 연구 인프라의 저변확대와 인력양성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융합한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 대학에서 학제 연구를 교육에 접목시키는 연계전공 제도가 시행된 역사는 일천하다. 수년 전부터 몇몇 대학이 도입하면서 상당한 활기를 띠고 다양한 학문 영역이 결합하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독립 학과도 신설되고 대학원생 차원을 넘어 학부에서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며 전공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제 연구 인식의 전환과 협력프로그램의 개발이다. 기존의 틀에 갇혀 있어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실에서 어느 특정분야가 학문의 근본이라는 사고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분야는 상호의존적이므로 각 학문의 개별성을 인정하면서도 보편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통합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제 연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학제 연구의 아이디어 수렴을 도출하는 세미나, 워크샵의 개최와 우수 연구사례에 대한 발굴과 홍보를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최재동 / 한국학술진흥재단 복합학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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