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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세평] 보편적 서비스와 정보복지
[신문로세평] 보편적 서비스와 정보복지
  • 유재천 / 한림대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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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06 16:44:33
 
유재천 / 한림대·언론학

우리사회가 고도 정보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계층간, 지역간의 정보격차나 정보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사회의 진입에 따른 사회적 이익을 고루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보편적 서비스와 정보복지를 심도깊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은 이미 현대 복지국가라는 개념 속에 내포되어 있다. 즉, 국민들의 삶과 관련된 '최소한의 전국적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편적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고도 정보사회에서는 정보통신이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나 원격근무등과 같은 직접적 행위의 매개체가 된다. 그런만큼, 정보통신에의 접근에서 배제되었을 때 초래되는 결과는 단순히 전화이용에서 소외되는 것에 비해 훨씬 심각해진다. 정보통신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사회적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따라서 통상적인 생활 자체가 난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도 정보사회에서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정보통신환경에 걸맞게 '보편적 서비스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확장된 보편적 서비스'라고 한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접근'의 보장을 그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지역이나 소득, 이용능력에 따른 접근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기와 서비스의 가격 보조제도와 '보편적 설계'를 수단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이중에서 '보편적 설계'란 신체적·정신적 능력이나 특성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정보통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기와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점에서 보편적 서비스 이념의 확장은 정보통신 복지화의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이다.

'보편적 서비스' 위한 미·일의 시도
미국은 '보편적 서비스' 개념을 확장하여, 국민들의 정보욕구에 근본적으로 공평하게 대응하고, 국민이 정보나 통신의 '가진 자'와 '못 가진자'로 양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행정부가 밝힌 '폭넓고 현대적인 개념의 보편적 서비스'의 내용은 모든 미국 국민들이 소득, 장애, 지역에 상관없이 고도의 정보통신서비스를 쉽고 적절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 고도 정보통신기술이 가져올 장벽을 제거하여 전국민의 전면적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현대의 확장된 '보편적 서비스'이며, 미국사회는 이를 중요한 사회적 진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특히 장애인의 정보이용욕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근본원칙으로 설정하고 있다. 장애에 대한 장벽제거의 핵심은 '보편적 접근'과 이를 위한 '보편적 설계'의 문제이다. 보편적 설계의 관심영역은 각종 장애와 고령화 현상, 문맹문제 등이며, 이용의 편리성 및 사용자 선택성 향상과 평등한 기회의 제공을 위해 다양한 기술 응용방안이 채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보통신망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정보사회의 '새로운 기본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정보서비스는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지역적 차별의 제거와 사용자들의 공평한 부담을 원칙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통신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보편적 서비스'가 요구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통신시장의 규제완화에 따른 자유경쟁체제 아래서 어떻게 '새로운 보편적 서비스'를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비용부담의 주체, 이익분배 방식, '보편적 서비스' 제공의 책임소재, 요금체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산업조직등이 주요한 쟁점이다.

인터넷 상업주의화·정보의 상품화 시대
보편적 서비스의 이념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소수계층에게 정보접근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정보와 편익이 정치적 기득권층이나 경제적 부유층에게 편중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구조를 지양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불평등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실시한 '국민생활 정보화실태 및 정보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별 컴퓨터 보유비율은 1백만원 미만에서 35.3%, 1백만원 ∼ 2백만원 미만은 49.0%, 2백 ∼ 3백만원 미만은 64.7%, 3백 ∼ 4백만원 미만의 경우는 80.0%, 그리고 4백만원 이상의 층에서는 8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따른 이러한 격차는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이용에서도 마찬가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의 상당수가 수용자의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전제로 하는 유료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속이 가능했던 인터넷 서비스 부문에도 거대자본이나 대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서비스 접속뿐 아니라, 정보이용에서도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른바 '인터넷의 상업주의화', 정보의 '상품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 필요와 사회적 요구사이의 효율적인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 보편적 서비스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다시말해, 그같은 균형을 이룰 장치를 고안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주문이기도 하지만 정보통신정책의 핵심적인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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