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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사람
[學而思]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사람
  • 강호신[경상대·불어불문학]
  • 승인 2007.05.14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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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내가 프랑스어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은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었으므로 우연이나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연 혹은 운명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어를 나는 매일
만난다.
때로는 즐겁게 함께 놀지만 때로는 낯설거나 무섭고 매우 싫을 때도 있다. 말하자면 한국말을 하는 평범한 한 젊은이가 전혀 다른 말을 만나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이상한(?) 말을 사용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을 숙달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 말을 가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교육과 관련되는 몇몇 문제들을 깊이 생각하기도 한다. 나의 전공은 불어학 혹은 불어교육학에 속한다.

외국어는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른 언어이다. 즉 외국어는 모국어와 비교하여 지역적, 문화적, 구조적 차이가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외국어 사용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혀 다르고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려면 그것에 대한 긍정적 관심과 가능한 많은 체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른 것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며,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자신의 현재 혹은 미래 생활과 연결되어야 한다. 조금씩 외국어에 익숙해지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자신의 삶 일부로 받아들여진 외국어 공부는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의 시간에 따라 그 가치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온몸으로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외국어를 눈과 귀만이 아닌 모든 감각 기관을
총 동원하여 익혀야 한다. 더구나 한국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생활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외국어로 된 글을 읽고, 해당 외국어로 된 노래나 영화를 즐기고, 그 나라 말을 쓰는
사람과 만나거나 그런 상황을 상상하며 외국어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나라 말과 글을 통하여 생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포함하여 프랑스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며, 혹은 프랑스어가 매개되는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을 한다. 프랑스어 사용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그럼에도 흔히들 너무도 단순하게 그 경제적 가치만을 우선시 하는 듯하다. 
대체로 교육은 매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개인의 잠재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과정이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교육은 생존 수단으로서의 경제적 가치 기준에 따라 부모가 선택하여 공부(?)를 시키고 자식은 높은
시험 점수를 따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초등교육은 중등교육을 위하여, 중등교육은 고등교육을 위하여, 고등교육은 직업 선택을 위한 것인 양 생각하는 듯하다. 나아가 직업 선택은 노동에 대한 보수의 많고 적음이
우선되는 듯하다. 이것은 교육의 기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착각이며 혼동이다. 각 단계의 삶은 그 다음을 위한 준비의 의미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 착각과 혼동이 대학의 강의를 자율적 선택에 의한 자기 계발과 수련, 지적 탐구의 장이 아니라 직업 세계에서의 응용 가능성에로 기울어지게 한다.

이미 자본의 막강한 흡인력에 활기를 잃은 인문학 강의실에서 앞으로도 나는 경제적 가치만이 우리들 삶의 전부가 아님을 지적할 것이며, 소수의 동지들과 함께 프랑스어 공부의 즐거움에 빠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우리의 프랑스어 소통 능력과 그 관련 지식은 우리의 삶에 무용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창조적 삶을 만드는 기본이 될 것이다. 이러한의미에서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중시하지 않는 인문학도 당연히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다.

강호신 /경상대·불어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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