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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영어어휘 사용은 어디까지?
[딸깍발이]영어어휘 사용은 어디까지?
  • 김형순[편집기획위원· 인하대]
  • 승인 2007.04.28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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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석에서 국제화와 세계화란 말의 차이점에 대해서 논의한 던 중, 한사람이 ‘세계화란 국제화를 세게 하는 것이 세계화’라고 응수하여 모두 유쾌하게 웃던 일이 있었다. 최근 글로벌화란 말이 학교, 기업할 것 없이 경쟁력의 대명사처럼 여러 곳에 대두되고 있다. 이것은 세계화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난 정부가 세계화를 잘못해서 이 정부는 글로벌화로 확실하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글로벌화를 우리말로 바꾼다면 국제화, 세계화일터인데. 그러고 보니, 요즈음 매스컴의 어휘선택에 영어발음 그대로 한글로 표기, 사용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학교관련 용어로 스쿨 존, 스쿨 업그레이드, 스쿨 폴리스, 디카 스쿨, 글로벌 리더, 이러닝, 클린 캠퍼스 등은 우리말로 변환이 가능한데도 영어발음대로 표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지나친 영어표현으로 한글과 함께 혼용하는 것을 단순히 변화의 흐름으로 보고 따라 가야하는지, 이것이 진정 이 시대에 글로벌화 하는 행동인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한 학회에서 전공분야의 용어를 한영·영한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참여하였다. 용어 몇 십 개를 서너 명이 토론하면서 정리하는데 4시간이 걸리는 날도 있었다. 가능한 한자어를 우리말로 사용하며, 과거 식민지 시대부터 사용했던 일본어 영향을 배제하고 적확한 우리말 단어를 선택하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전공분야의 용어 중, 오랜 전통분야의 전공용어는 일본교육 영향 하에서 만들어진 후 50여년 이상을 우리학계에서 사용해왔기 때문에 불합리한 의미를 갖고 있어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관여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회 현실도 비슷하리라 본다. 그런데 한국물리학회에서는 물리 관련 전공용어 상당부분의 어휘를 순 우리말로 바꾸어 현재 학계에서 통용하고 있는 학회로 잘 알려져 있다. 정확한 뜻을 이해한 후 외국어의 전공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함이 바람직하기에 이런 노력을 했다고 본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계에서, 소위 첨단관련분야의 전공용어는 대체적으로 영어를 그대로 여과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재료학술지의 경우, 논문 한쪽에서만 보아도 우리말 용어로 바꿀 수 있는 영어어휘가 3~4개 정도 보인다. 어떤 경우는 10개 정도 우리말 사용이 가능에도 불구하고 영어어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아마 그 저자는 첨단 전자재료 분야로 마땅한 우리말이 없으니 이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논문 안에서 피크, 피이크, peak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렇듯 전공용어를 영어표현이나 영어발음 그대로를 우리말로 표현하는 행위는 전공지식의 무지라기보다는 글쓰기에 주의하지 않은 자세로서 학자의 글쓰기 자세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난해 여러 명의 위원들이 고심하여 우리말로 선정한 전공용어들이 활자화되어 그 저자의 손에 들어간다 하여도 용어를 보지 않고 제멋대로 영어식 발음대로 논문을 쓰고 말지나 않을 런지…….
    컴퓨터를 중국에서는 電腦라고 한다. 생각할수록 영어를 자기 것으로 바꾸는데 고심한 중국인의 자세를 가늠케 하는 면모이다. 물론 변화가 빠른 학문분야이기에 학자들이 모여서 용어 제정하는 회의를 자주 갖는 것이 어려울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쏟아지는 정보를 원어 그대로 여과 없이 제멋대로, 외국어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교육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전문영역의 의사전달 체계의 가장 기본인 용어사용의 혼란을 야기하기에 방관할 수 없다. 특히 연구 및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이 학계에서는 새로운 용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이 용이하고 적확하게 사용하도록 용어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용어의 선정부터 우리가 좀더 고심하며 성의를 갖고 논문을 출판한다면 우리 학술지는 더욱 의미 있는 지식의 보고가 되어 후학들의 전문인다운 전문용어 사용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일 우리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어느 날 이 필자 역시 글로벌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인하 유니버시티, 김 프로페서”라고 명암을 정정해야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김형순/ 편집기획위원· 인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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