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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종교다원성의 함의
[학이사]종교다원성의 함의
  • 김용환[충북대·종교윤리]
  • 승인 2007.04.2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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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에 부임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인간 불순함 영약으로 고통을 주신 신을 찬미한 보들레르 <악의 꽃>에 감화를 받아 대학시절, 종교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만다라의 시각형식과 영성의미’ 주제로 학위를 받고, 지금은 종교윤리, 현대윤리, 생태윤리 등의 과목을 맡아 교사임용을 위한 사범대에 재직하고 있다.
가끔 절대 신념체계 옷을 입고 나타난 종교전통이 생명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섬을 보면서, 과연 그러한 종교전통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를 회의하게 된다. 요즈음 주요 관심은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종교 갈등에 의한 생명훼손 영역이다. 종교윤리에 토대를 둔 세계윤리 정립방안으로 맥락화용을 통한 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러한 맥락화용이 가능하기 위해 절대 신념의 벽을 넘어서 보편담론으로 상호소통하기 위한 학제적 연구에 관심을 갖는다.
생명훼손의 치료과정에서 종교다원성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며 다른 종교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를 중시하게 된다. 아울러 지구촌의 주요현안 문제점을 의식하고 그 해결방안을 함께 강구하기 위한 실천지혜의 공유방안이 요청된다. 이처럼 현실에 화용되는 실용적 ‘종교 전통 대화’가 진행되도록 하고자 한국종교연합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윤리과제와 맥락화용이 되도록 한국종교사상의 흐름에도 깊은 관심을 둔다. 지난해, 한국윤리교육학회가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 공동 준비 위원장을 맡으면서 세계시민성, 공공합리성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 6개국 참여자들과 윤리교육의 다양한 현안문제와 조우하면서 실천방안을 강구해본 것이 큰 보람으로 남는다.
이러한 삶의 여정에서 이따금 한계를 느낀다. 사범대 임용시험이 치열한 관계로 학문적 수업과 임용시험대비용 수업사이의 갈등이 나타난다. 그 밖의 여러 가지 갈등정황에서도 조금만 단순해지면 오늘 하루도 정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다짐하게 된다.
단순해짐은 종교현상에서도 그러하다. 종교의 많은 문제는 인격신·비인격신 문제, 일신관·다신관 문제를 포함, 인식론·존재론 문제로 귀착된다. 동양종교는 비인격신 문제에 서양종교는 인격신 문제에 관심이 모여져 있고, 다신관과 일신관의 차이로 대립된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많은 종교 분쟁을 가져왔고 이로 말미암은 세계 도처의 평화 파괴는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다.
21세기의 세계윤리 정립은 이러한 인식을 존재론적 사유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집약된다. 한스 큉과 스위들러에 의해 선도된 세계시민성 윤리는 공적 차원과 사적 차원 매개를 부각시킨다. 공적 차원의 중핵에 신의 존재론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고 사적 차원의 중심에 인격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이들은 소통을 꿈꾼다. 그것은 존재자체를 단순하게 사유함이다. 많은 신앙인들은 신을 소유하려고 하거나 절대자를 독점하려고 한다. 이 점에서 석가모니 부처는 자신을 나룻배에 비유하여 피안의 강을 건넌 후는 배를 버려야 할 것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있음은 없음으로, 없음은 비움으로, 비움은 차이존중으로, 차이존중은 공공으로, 공공은 다시 있음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 주, 참석한 중국 서안사범대학개최 한중윤리학회 주제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었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서안의 법문사에 안치된 석가모니 손가락 진신 사리를 친견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진신 사리의 손가락 방향은 우리에게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김용환 / 충북대·종교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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