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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사건'이 던진 과제
'버지니아 사건'이 던진 과제
  • 서지문 논설위원
  • 승인 2007.04.23 12: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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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무차별총기난사 사건의 여파로 미국 내의 한인 교포들이 상당기간 미국인들의 분노와 불신의 눈초리를 받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 교포나 유학생의 미국대학 진학에도 장애가 있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는 국가적, 민간적 차원에서 희생자 유족과 미국민에게 지극한 조위를 표하고, 이 사건이 우리에게 안긴 숙제를 풀어야한다.  평범한 소시민을 외국으로 내몰고 그들의 자녀를 고독하고 소외된 인간으로 만든 근본 원인은 잘못된 한국의 교육제도와 병든 한국인의 의식이다.

 우리 국민이 미국으로 이민하는 이유가 거의 전적으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들은 국내에서 대학 진학에 필요한 사교육의 비용과 스트레스 때문에 이민을 하지만 그쪽 사회에 가서는 자녀들을 그곳 초등, 중등학교의 자유스럽고 창의적인 분위기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풀어주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이상으로 닦달해서 반드시 일류대학에 진학하도록 한다. 

 동양계 이민으로서 미국사회에서 ‘주류’로 편입되려면 성공한 전문직업인이 되어야하기 때문인데, 이 상황 때문에 참으로 많은 한국의 새싹들이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했고 세계무대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너무나 많은 부모의 희생과 젊은 세대의 위기감, 그리고 낙오자의 절망이 있다. 

 요즈음의 영어교육 열풍 내지는 영어구사능력의 강조는 일시적 가족해체와 영구이민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시대가 되어 영어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의 우리나라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은 전부 낙오자가 되고 말 그런 허약한, 또는 무자비한 사회일까?  아무리 번영을 구가하는 사회라도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어야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사람,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어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 논의는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을 고급 전문직인력으로 만들려는 듯 하고 한편으로는 누구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가 될 수 없게 하려는 논의이다. 

 우리는 교육개혁으로 글로벌시대에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인재를 충분히 길러내야 하지만 동시에 선량한 시민이면 누구나 제대로 나라의 주인으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역대정부가 채택한, 모든 사람을 같은 크기의 상자 속에 넣어 성장을 제한하는 방법은 특권층에 편입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평등’의식을 심화할 뿐이다.  우리가 애써 이룩한 모든 발전과 번영은, 직업적 성공이 사회적 특권과 분리되는 사회가 이룩될 때 비로소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의 교육목표와 국민의식의 근본적 수정이 너무도 절실하다.

서지문 / 논설위원·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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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2007-07-13 15:53:32
고교 평준화를 폐지하자는 말씀?

공감이 2007-04-24 11:39:55
참 좋은 글입니다.
일류의 대열에 포함되지 못하면 그 때부터 낙오자로 분류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과 인식의 전환이 가장 절실한 오늘날 우리 교육에 요구되는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