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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의제가 사람들의 의제다
언론의 의제가 사람들의 의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7.04.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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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열망이 강렬했던 1980년대 초반 내가 다니던 대학의 풍경은 개학 초 잠시 공부하는 분위기고, 중간고사가 끝나면 거의 개점 휴업상태였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도 대학 1학년 시절 신문학개론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은 기자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나에게 학문을 통해 사회에봉사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는 것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후일 내 결혼의 주례를 맡아 기꺼이 후견인이 되어주셨던 은사님께서는 “신문은 사람들이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의 역할을 하기에 투명한 유리처럼 굴절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언론의 의제와 사람들의 의제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에 언론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야 한다”며 소위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 이론’과 저널리즘의 본령인 객관성과 공정성을 연관 지어 말씀해 주셨다. 언론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갈등적 사안 일수록 양적 질적 균형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의 이해관계나 이념의 지향성 때문에 정파적 입장에 치우쳐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는 우리 언론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여전히 우리 언론과 언론학 분야의 숙제인 것 같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의 문제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당시 대학 1학년 첫 전공과목을 담당했던 은사님의 은덕이라고 생각한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언론연구원에 취직이 되어 언론 현업의 문제를 연구하면서 박사과정을 병행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었다. 당시 제대로 틀을 갖춘 유일한 국내 언론관련 연구원이었던 한국언론연구원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곳이 곧 로도스 섬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관심 분야였던 ‘우리나라 언론의 국제뉴스 보도 결정요인’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얻었다. 당시 우리나라 언론의 국제뉴스 결정요인으로 연합통신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고 따라서 통신사 경쟁체제의 도입을 제안했고 지금 복수 통신체제가 운용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급변하는 언론환경으로 우리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화 되고 있다. 25년 전 ‘언론의 의제가 사람들의 의제’임을 강조했던 은사님의 메시지가 나의 인생 진로를 결정하는데 귀한 교훈이 되었는데, 나는 과연 우리 제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요즘 나는 우리 제자들과 문화로 밥 먹고 사는 일에 관한 실험에 매진하고 있다. 기왕에 광주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마당에 예향, 의향, 미향이라는 남도문화의 DNA 속에 뒹굴고 놀면서 자란 우리 제자들이 이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길 기대해서다.

나는 바란다. ‘Only One! First One! Best One!’을 추구하는 제자들이 되어 달라고 말이다. 

김덕모 /호남대·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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